해마다 7월이면 타히티의 온 섬이 떠들썩하다. 한 달간 ‘헤이바 이 타히티’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1881년 처음 시작된 축제는 올해로 어느덧 143회를 맞이했다. 축제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폴리네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폴리네시아의 아픈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1844년, 프랑스는 폴리네시아 왕조를 무너뜨리고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타히티어 대신 프랑스어만을 사용하게 했고, 전통춤과 노래 역시 금지했다. 이대로 민족의 문화가 잊히는 것을 막기 위해 타히티 사람들이 만든 자리가 바로 헤이바다.
축제는 춤과 음악 퍼포먼스, 스포츠 경기, 공예품 전시 등 타히티의 정체성을 잇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댄스 퍼포먼스. 적게는 30명, 많게는 80명의 댄서가 합을 맞춰서 군무를 선보인다. 음악부터 안무까지 모두 직접 창작한 작품이라는 것이 특징.
모든 노래는 타히티어 가사로 진행되는데, 내용은 땅과 바다에 대한 감사, 선조들에 대한 존중, 계절에 대한 찬미 등이 주를 이룬다. 타악기의 리듬과 함께 어우러지는 폴리네시안 전통춤에는 원시적인 생명력이 가득하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 전문 댄서가 아닌 아마추어라는 점. 이들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마다 연습하며 무대를 완성해나간다. 한 무대를 만들기까지 준비하는 기간만 무려 4~5개월이라고.
폴리네시안 전통 스포츠인 과일 나르기 경주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경기다. 적게는 30kg, 많게는 130kg의 과일을 어깨에 이고 달리기를 펼치는 시합이다.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경쟁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이들의 모습에는 경외감이 들 정도다. 마침내 주자가 결승선을 넘고, 동료들과 포옹하는 모습에선 가슴이 찡하다. 타히티 사람들이 민족의 소중한 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점에서 감동이 더한다. 아마 일제강점기에도 말모이 운동을 통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던 역사와 겹쳐 보여 더욱 그랬을 것이다.
타히티=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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