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성과 얻도록 도왔을 뿐"

입력 2024-08-05 17:50   수정 2024-08-06 00:37


“이제 다시 전략회의를 열어 (한국 양궁의) 장단점을 분석해볼 계획입니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4일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 선수가 금메달을 딴 직후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은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3년 전 도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파리올림픽 준비에 들어갔던 그대로 하겠다는 얘기였다. 지난 40년간 그랬던 것처럼 양궁 후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단체, 남자 단체, 혼성 단체, 남자 개인, 여자 개인 등 5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양궁이 5개 종목을 석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제일 고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전 종목 석권이나 금메달 수를 목표로 한 건 아니다”며 “협회나 저는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도운 것뿐”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건 지난달 24일이다.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도착해 양궁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과 휴게공간, 식사, 컨디션 등을 꼼꼼히 챙겼다. 경기가 열릴 때는 빠짐 없이 참석해 관중석에서 소리 높여 응원했다. 그는 5일 파리를 떠났다. 글로벌 3위 자동차기업을 이끄는 수장이 한국 양궁을 위해 열흘 넘게 장기 출장을 한 셈이다.

“정 회장의 양궁 후원은 여느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지원과는 결이 다르다.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는 현대차의 스포츠 후원 철학이 없었다면 비인기 종목인 양궁이 세계 최강 자리를 40년이나 지킬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양궁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1985년이다. 정 명예회장은 1997년까지 양궁협회를 이끌며 한국양궁의 기틀을 잡았다. 이후 유홍종 현대할부금융 사장과 이종우 현대다이모스 대표 등 전문경영인이 이끌다가 2005년 정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20년째 챙기고 있다. 그렇게 현대차그룹은 40년째 한국 양궁과 함께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 종목을 이렇게 오랫동안 후원한 기업은 현대차그룹뿐이다.

현대차그룹이 양궁협회에 직접적으로 지원한 금액은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나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라’는 정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회장이 3일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따로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신보다 후배들을 먼저 배려한 전 선수에게 정 회장이 감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양궁협회를 이끌면서 내건 또 다른 키워드는 ‘공정’이다. 규정에 따라, 실력에 따라 대표선수를 선발하니 한국 양궁계에는 그 흔한 파벌 하나 없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 양궁 60주년 행사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정하게 경쟁했다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다”며 “중요한 건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스포츠의 가치와 의미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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