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300억원 비자금'의 사실 여부를 정면으로 다툰다. 노소영 관장 측은 법무법인 하정에 소속된 최재형(68·13기)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강명훈(68·13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전날 오후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분량은 5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2심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한때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홍승면(60·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51·28기) 변호사 등도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세부 쟁점별로 노 관장 측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노 관장 측 최 전 의원은 전날 대리인단 합류 사실이 알려진 후 "노소영 관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 관장이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며 "그러한 노력이 법적으로도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돕는 것이 가정의 소중함과 혼인의 순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건강한 사회의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하면서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고 최 회장 재산 중 1조3808억 원을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선경(SK) 그룹의 종잣돈이 됐고, 따라서 그룹 성장에 노소영 관장이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 300억' 등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비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상고심에서 최 회장 측은 해당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다툴 것으로 보인다. 전혀 입증되지 않은, 추측 만을 근거로 한 판단이란 취지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최 선대회장 사망 직전인 1998년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주식당 가치 부분을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뒤늦게 경정(수정)한 것에 대해서도 최 회장 측은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산분할 근거가 된 주식 가치가 달라져 재산분할 금액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그룹이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잘못 인식됐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2심 판결 후 "6공(共)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것 없고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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