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도 못한 일, 한국 중소기업이 해냈다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4-08-12 10:11   수정 2024-08-12 10:41


미국 수도 워싱턴DC는 몇년 전까지 지하철 부정승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표를 사지 않고 개찰구를 뛰어넘거나 문을 밀고 들어가는 식의 무임승차가 만연했다. 이랬던 워싱턴DC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국내 중소기업이 현지에 교통시스템을 설치한 뒤 이같은 문제가 거의 해소됐다. 워싱턴DC 98개 전철역에 유리보다 200배 더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문을 150㎝ 높이로 올려 부정승차를 예방했다.

미국 내에서 입소문을 타자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 회사의 시스템을 도입했고, 다른 주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케이팝과 케이뷰티에 이어 이번에는 케이교통시스템으로 북미 정복에 나선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에스트래픽의 이야기다.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는 “과거에는 유럽과 일본이 교통선진국이었는데, 이제는 세계가 우리의 우수한 교통시스템을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 대기업도 못한 일을 우리가 해냈고, 교통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교통카드 시스템 실적이 효자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에스트래픽은 삼성SDS에서 분리된 회사다. 삼성SDS가 사업 재편으로 교통시스템 분야를 축소하자, 문 대표가 이를 이어받아 2013년 창업했다. 에스트래픽은 도로·철도교통 분야 정보통신(IT)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설치하는 기업이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스템과 철도 열차제어 시스템 등 교통 분야와 관련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에스트래픽이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은 건 미국에서의 대형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덕분이다. 미국 사업을 수주할 수 있던 배경에는 서울 지하철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한 실적이 한 몫했다. 문 대표는 “서울 지하철 275개역 내 교통카드 시스템과 게이트 구축을 13개월 만에 마쳤는데, 워싱턴DC 지하철은 98개여서 서울보다는 덜 복잡한 편”이라며 “고객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식의 빠른 납기로 대응하다보니 미국 현지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1469억원, 영업이익은 77% 뛴 170억원을 거뒀다.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한 덕분에 최근에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비접촉식 대중교통 결제 방식인 ‘태그리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에스트래픽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 기술은 이용객의 정확한 요금 부과를 위해 블루투스 위치 측정으로 오차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용객이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놓은 채로 개찰구를 지나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VISA와 파트너 '오픈 페이먼트' 시장 개척
에스트래픽은 최근 ‘오픈 페이먼트’라는 신산업 개척에 나섰다. 오픈 페이먼트는 전세계 어디서든 단일 결제수단으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문 대표는 “우리회사가 비자(VISA)의 파트너로 등록돼 있는데, 개찰구 단말기를 우리가 공급하는 곳 어디든 비자카드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현재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지만, 각 나라와 지역마다 대중교통 운영 주체가 달라서 현실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에서는 지하철 사업을 활성화하는 반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도로 교통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문 대표는 “과속 단속처럼 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달리는 차 번호판을 인식해 요금을 징수할 수 있는 스마트톨링시스템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글로벌 성과를 토대로 단기적으로는 매출 4000억원대 진입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남=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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