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간 수해 지원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9월 이례적인 폭우로 서울에 대홍수가 발생하자 북한은 대남 수해 지원을 제안했고 우리는 수용했다. 1983년 아웅산묘소 테러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직됐지만, 동포애와 인류애를 앞세운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를 경색시켰지만 2007년 8월 북한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긴급 구호물품 전달 및 수해 복구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또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정부는 2011년 6월 이후 발생한 수해에 대해 영유아용 영양식을 포함해 50억원 이상의 대북 수해 지원을 했다. 우리의 대북 수해 지원 제안이 성사되기를 바랄 뿐이다.
현 정부도 2022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대북 의료지원을 제안했고, 이번 큰 물난리에 대해서도 수해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인도주의 지원은 말 그대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으로, 남북관계 경색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돼왔다. 맹자가 말했듯이, 모든 인간은 생각이나 판단을 초월해 존재하는 의식과 감정 밑바닥에 깔린 본성, 즉 측은지심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의 수해 지원 제안을 곡해하고 러시아 등 친북 국가의 제안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북한 스스로 인도주의 지원을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능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점을 반증한다.
사실 기후이변에 따른 피해 최소화와 긴급 복구 역량은 통치의 영역이다. 북한이 하천 준설과 제방 등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위기 예방에 적극 나서고 ‘위기 대비와 계획, 신속한 대응, 신속한 복구’의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췄더라면 반복적인 대규모 수해 피해는 확실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인프라 투자 대신 핵과 국방력 강화, 치적 과시용 건설사업에만 주력해 수해 규모를 키웠다.
모쪼록 우리의 대북 지원 제안이 성사돼 수해 지역 북한 주민들의 허탈함을 달래고 피해 복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