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에서 전 직원의 신상정보가 담긴 파일이 내부적으로 유포된 사건이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공사는 내부적으로 "외부 유출 가능성 없다"고 자체 종결해 논란이다. 이번 사건은 최근 불거진 '성희롱 2차 가해' 관련자 조사와도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미진한 개인정보 보안의식에 대해 내부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공사 매뉴얼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공사 경영지원실장은 대응팀을 조직해 당사자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72시간 내 신고하고 대응팀도 구성해야 한다. 공사는 전사 직원을 상대로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매뉴얼은 '개인정보 유출을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파일이 권한 없는 자에게 잘못 전달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단체 메신저 방에 있었던 인사 직무 직원들은 현주소·최종학력 등 정보에 대한 열람 권한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월 B씨는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A씨가 속한 영업계획처와 고충상담창구가 있는 인사처 등에 사건 처리를 부탁했지만 인사처는 B씨 의견을 묵살한 채 같은 달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에 제삼자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 4월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조사 끝에 "개인정보 유출이 맞고 성희롱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개인정보 보호 관련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공사에 권고했다.
B씨 개인 사건인 만큼 인권위가 공사 전 직원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직접 판단한 건 아니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2차 가해가 벌어졌기에 취지는 통하는 셈이다. 인권위는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개인정보를 부주의하게 취급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공사는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개정된 표준개인정보 보호지침에 근거하면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만큼 (전 직원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인사담당자의 권한을 넘어선 개인정보의 유출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사는 "서울시 인권위가 개정 전 조항을 근거로 개인정보 유출을 판단했다"며 인권위 결정 중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이의신청했다. 다만 최근 서울시 인권위는 "지침 개정 전 내용으로 작성돼 오기된 부분을 정정했다"며 B씨에게 결정문을 재통보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맞는다는 판단에는 변화가 없고,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사 감사실은 경영지원실장과 인사처장 등 B씨 사건과 관련한 조사자들에 대해 이달 2일 자로 직위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5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종 승인권자는 공사 사장이다. B씨는 "회사 차원에서 사건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고 했다.
특히 경영지원실장의 경우 최근 공사 상임이사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내부적으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인사처장 역시 지난 6월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서는 "직원마저도 상황이 이상한 것을 아는데 간부라는 사람들이 모를 수가 있나", "직위해제시켜도 모자랄 판에 상임이사에 올리나"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공사가 개인정보에 관한 성범죄로 홍역을 앓았다는 점에서 큰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공사에서 2년 전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은 범죄자가 공사 직원을 스토킹해서 발생했다. 백호 공사 사장도 최근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서 "신당역 사고 이후 (직원)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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