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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기 여주시 가남읍에 있는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화요의 제2공장. 주류 공장이라고 해서 내부가 투박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기 판교에 있는 정보기술(IT) 회사 못지않은 최첨단 시스템이 즐비한 광경이 나왔다. 1층 CCR(중앙관제실) 룸으로 들어서자 초대형 스크린이 전면에 배치돼 시선을 압도했다. 화면에는 발효조, 숙성실 등 술 제조 시설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보내는 데이터와 수치가 표시됐다. 정지원 화요 공장운영지원팀 이사는 “가동 현황이 숫자로 표시돼 개선점을 명확하게 짚을 수 있다”며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MES(제조실행시스템)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공장 상황을 보고 제어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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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식 소주인 화요 제조는 고두밥을 찌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루에 사용하는 쌀은 10t. 증기로 고두밥을 찌고 한 차례 냉각한 다음 종국(누룩의 씨앗)을 뿌리면 쌀누룩이 된다. 이후 발효조에 물과 효모, 쌀누룩을 함께 넣어 7일간 발효한 다음 대기압보다 낮은 기압과 낮은 온도에서 증류하는 ‘감압증류’ 공정을 거친다. 공장에선 쌀을 찌는 과정부터 발효, 증류, 숙성, 포장까지 전체 공정이 하나의 로봇처럼 오차 없이 움직였다. 직원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발효 탱크마다 붙어 있는 QR코드를 찍어 탱크별 주조 정보를 확인했다. QR코드만 찍으면 언제 입고된 쌀이 몇 도에서 쪄진 뒤 몇 번 탱크로 이송됐는지, 어떻게 발효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필요한 시료를 요청하자 태블릿으로 작업 지시 사항을 확인한 작업자는 해당 저장 탱크의 QR코드를 찍은 뒤 시료를 채취해 연구실로 보냈다. 숙성 기간과 알코올 도수 등이 각기 다른 수많은 저장 탱크가 있다 보니 공정관리의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이제는 잘못된 저장 탱크의 QR코드를 찍으면 다음 작업으로 아예 넘어가지 않도록 ‘풀 프루프(fool-proof) 시스템’을 세팅했기 때문에 휴먼에러를 원천적으로 제거했다. 장관호 화요 양조팀장은 “기존에는 문제가 생겨도 확인 자체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정해 놓은 표준 기준에 벗어나면 공장 내 모니터에 알람이 뜨고 담당자에게 바로 문자로 통보되기 때문에 즉각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인 화요는 대기업 생산시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DX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생산성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생산 속도는 분당 80bpm에서 200bpm(1분에 200병 생산) 증가해 150% 개선했다. 작업 전 제조 리드타임은 100분에서 12분으로 줄어 88% 향상됐고, 식품 제조 공정상의 중요관리점(CCP) 이탈사항 인지시간도 30분에서 실시간 알림으로 바뀌었다. 공장 전체 점검 시간은 120분에서 5분으로 확 줄면서 95.8% 개선돼 인력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 병입 과정을 거친 완성품의 박스 이송도 세 명이 하던 것에서 ABB 협동로봇으로 고도화했다. 하루 생산량은 3만 병에서 7만2000병으로 늘어 140% 증가했다.
여주=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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