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갚는 자영업자들…식당·모텔, 최악 연체율

입력 2024-08-07 17:51   수정 2024-08-14 19:11


제대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때부터 쌓인 ‘대출 청구서’가 들이닥친 영향이다. 특히 폭염에 여름 휴가철 특수도 누리지 못한 음식점,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마저 커지고 있는 만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전문 은행인 기업은행의 올 2분기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숙박 및 음식점업’의 연체율이 1.7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1.22%)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1분기에는 건설업(1.76%)이 숙박 및 음식점업(1.70%)을 웃돌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 연체율은 일반 제조업(0.73%)보다 두 배 넘게 높았다. 내수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방에 있는 자영업자들은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부산에서 4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다 폐업을 고심 중이다. 가게를 찾는 손님은 줄고 인건비는 급등해서다. 그는 “식당 직원까지 줄였지만 매달 상환해야 할 이자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기승을 부리는 폭염 탓에 전국의 상당수 영세 숙박업소는 여름휴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찜통더위와 비싼 성수기 요금을 피해 휴가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른바 ‘늦캉스’(늦은 바캉스), ‘휴포족’(휴가 포기족)이 증가한 영향이다.

미뤄둔 코로나19 청구서가 들이닥친 것도 자영업자 연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2020년 코로나19로 시름하던 개인사업체 약 27만 곳에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운전자금을 내줬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쌓였다.

기업은행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국내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의 개인사업자대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가 쉽지 않은 대출을 뜻한다. 이 같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분기 1조3836억원으로 2020년(9481억원)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문제는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속도다. 1년 새 5000억원가량, 2022년과 비교해선 두 배 이상 그 규모가 커졌다. 고금리와 불황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이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2022년(86만7292명) 대비 1년 새 11만9195명 늘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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