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서구 청라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는 이 회사의 전기차 주력 모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EQE는 국내에서 1395대 팔려 판매량 4위에 올랐다. 벤츠 전기차 중에선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아우디 Q4-e트론(1868대) 다음으로 많이 팔린 모델이자 경쟁사 BMW의 i5(1108대)보다도 많이 팔렸다.
때문에 이번 화재가 벤츠코리아의 전기차 판매에 큰 악재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벤츠는 국내에서 EQA EQB EQE EQS를 비롯해 마이바흐 첫 전기차인 마이바흐 EQ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출시를 예고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던 참이다.
더욱이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EQE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에서 발화 가능성을 이유로 리콜 전력이 있는 파라시스의 배터리였다는 게 밝혀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2021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이를 탑재한 전기차 3만여 대를 리콜 조치한 바 있다.
자신을 EQE 차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전기차 차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충전 중도 아니었고 가만히 있던 차에서 불이 났는데 벤츠코리아에서는 아무런 해명도,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벤츠는 지난달 판매량에서도 전년 동월 대비 34.4% 감소한 4369대 판매에 그쳤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홍해 물류 대란 탓에 국내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상당하다.
벤츠의 국내 전동화 전략 변화 여부도 관심받는 대목. 벤츠에게 한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E클래스의 경우 전 세계에서 벤츠의 본고장인 독일보다도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차로 알려졌을 정도다. 벤츠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배경은 '수익성 확보' 차원으로 풀이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기차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벤츠코리아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부는 이번 화재 원인이 배터리나 시스템, 차체 결함 문제로 지목될 경우 리콜 명령을 내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라고 해도 브랜드만 보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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