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7조1660억원 불어났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3개월 만에 월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7월 말 559조7501억원으로 7조5975억원 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신용대출이 같은 기간 102조7781억원에서 102조6068억원으로 1713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금융권에서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과 금리 인하 전망이 가계대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00여 건을 웃돌면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2020년 12월(8764건)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금리인하 기대로 시장금리가 내리면서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해 은행이 자체 책정하는 가산금리 조정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인 A씨가 40년 만기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 유형으로 빌리면 이달까진 최대 3억77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대출 한도가 3억5700만원으로 2000만원 줄어든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이달까지 주담대를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시장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주담대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대출 수요를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기가 6개월 이상인 정기예금 잔액이 최대에 달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만기 6개월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852조2139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의 잔액은 줄었다.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86조440억원으로 작년 말(186조3943억원)에 비해 3503억원 감소했다.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가입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한편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포함)은 6월 말(638조8317억원)보다 29조1395억원 줄어든 609조6922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 유동 자금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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