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A.37586320.1.jpg)
지난달 17일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운영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이 체코 두코바니 5, 6호기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수원이 원전 강국 프랑스를 유럽 안방에서 제치고 입찰을 따내자 전 세계 원전 업계가 크게 놀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발주사와 단독으로 원전 건설을 위한 계약조건을 최종 조율하는 협상권을 갖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의 협상을 거쳐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총사업비는 약 24조원으로 우리나라 원전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신설 원전이 4기로 늘어나면 수출 규모는 단순 계산으로 48조원까지 늘어난다. 원전 운영과 정비, 연료 사업 등을 포함하면 50조원이 훌쩍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A.37586497.1.jpg)
한수원은 체코가 신규 원전 사업 사업 계획을 발표한 후 사업을 따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원전 건설 예정지역을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집중했다. 해마다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봉사단이 신규원전이 건설될 예정 지역 인근으로 파견돼 봉사활동과 문화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한수원은 이 지역에 연고를 둔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는 등 지역과 유대감도 강화해 왔다. 이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지난 6월 이례적으로 한수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수원은 현지 기업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들과는 ‘한-체 원자력 및 문화교류의 날’, ‘한국 원자력 및 첨단산업의 날’ 등 다양한 행사를 주최했다.
체코 원전 사업 입찰에 참여한 주요국 원전 기업 중 한수원은 발주사가 정한 일정을 준수한 유일한 입찰 참여사였다. 경쟁사들이 입찰서 제출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한수원만 유일하게 일정대로 입찰서를 제출했다.
한국과 1만㎞ 떨어진 체코와의 지리적인 거리로 인한 변수를 대비해 입찰 마감 사흘 전 담당 직원이 입찰서 원본을, 이틀 전에는 황주호 사장이 복사본을 갖고 따로 체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예상치 못한 만약의 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다. 체코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 친구들은 입찰서 제출도 ‘온 타임 온 버짓’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한수원은 1200MW 이하 용량의 원전을 원하는 체코의 요구에 맞춰 1000MW급 APR1000 노형을 체코 측에 제시했다. APR1000 노형은 2023년 3월 유럽 사업자 요건(EUR) 인증을 취득해 유럽에서 인허가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한국 원전 산업은 고객의 요구를 최우선한다는 인상을 체코 측에 심어줬다.
한수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체코 원전 사업을 따낸 한전기술과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들은 입찰 기간 동안 ‘원 팀’으로 활동했다. 정부도 정상 차원의 원전 세일즈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가 될 신규 원전 건설의 본계약을 체결해 지난 2009년 UAE의 쾌거를 다시 한번 국민들께 전해 드리고 싶다”며 “우리나라가 원전 기술을 전수 받았던 유럽으로 ‘K-원전’이 역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