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등 도심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한다.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별법)’을 새로 만들어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통합하고 주민 동의율 등 사업 조건은 완화할 계획이다. 사업 시작에서 입주까지 평균 14년가량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최대 6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사업 과정에서 단계마다 수립해야 하는 계획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하나로 묶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절차도 통합하는 식이다. 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한 뒤 바로 조합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후 사업 시행과 관리처분 인가를 함께 처리한 뒤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1·10 대책에서 도입된 재건축 패스트트랙(안전진단 완화)을 통해 3년, 이번 대책을 통해 다시 3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정비사업 조건도 완화한다. 조합 설립 동의율 조건은 기존 75%에서 70%로 줄어든다. 비용 부담이 문제가 됐던 조합 총회는 앞으로 온라인 진행이 가능해진다. 분양공고 통지 기한이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되고, 관리처분 전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출 보증 협의가 가능해진다.
사업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조합 내 갈등도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중재에 나선다. 정부는 정비사업 지연 방지를 위해 조합장 등 임원 해임 총회 개최 때 지자체 신고를 의무화한다. 시공사와의 공사비 분쟁에 대해선 내역과 증액 사유를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하고, 한국부동산원 내 ‘공사비 검증 지원단’이 신설돼 검증 기능이 강화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낮춘다는 지적을 받았던 세제는 완화되고, 용적률 등 건축 규제도 푼다. 우선 주택시장 안정을 이유로 도입됐던 재건축부담금은 폐지를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주민 부담과 주택공급 위축의 부작용만 있다”며 “폐지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해선 취득세도 대폭 감면된다. 정부는 9월 중 제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해 규제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과 원조합원에게 취득세를 지자체 조례로 최대 4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은 역세권에선 최대 1.3배, 일반지역에선 1.1배까지 추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3종 주거지역 역세권은 최대 390%, 일반지역은 330%까지 가능해진다. 반면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은 완화될 예정이다. 동 간 간격은 법적 최소기준까지 완화를 허용하고 가구당 3㎡씩 확보해야 했던 공원 면적도 최소기준을 상향하는 식으로 완화한다.
정비사업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중소형 주택 의무공급 비율은 폐지된다. 기존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재개발 지역에선 80% 이상, 과밀 억제권 내 재건축 단지는 60% 이상 공급해야 했다.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할 때 강제 적용됐던 건축물 용도 제한도 아파트와 업무, 문화시설이 함께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폐지될 예정이다.
다만 관련 내용이 적용되려면 9월 발의될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도시정비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려 제정법으로 대책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설득해 대책 시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유오상/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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