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25만원 지원법’을 봤다면…[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입력 2024-08-12 09:42   수정 2024-08-12 09:43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그럴 수 있다. 어떡하든 차기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그러자면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를 지켜야 한다. 법원 판결을 가능한 한 대선 후로 늦춰야 한다. 대선을 법원 판결 전으로 당겨도 된다. 이런 전략의 결과가 22대 국회 개원 2개월 만에 탄핵발의 7번, 특검법 제출 9번이다.

뿐만 아니다. 단독처리한 법안도 7건이다. 그중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경제단체가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정권 탈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금살포법’이란 지적을 받는 25만원 지원법은 아무리 봐도 다소 뜬금없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준다니 싫어할 사람은 없다. 이미 코로나 때 가구당 100만원씩 받아본 경험이 있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8월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45.2%, 반대 36.2%였다.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14.5%임을 감안하면 법안 반대가 50.7%로 찬성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론은 2개월 전과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1~23일 조사한 결과 찬성 43%, 반대 51%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일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라면 이런 조사 결과를 보고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세종은 집권 초기 토지세 개편을 추진했다. 1430년(세종 12년) 개정안(공법·貢法)을 만들어 조정회의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농민들이 정말 좋아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벼슬아치에서부터 민가의 가난하고 비천한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법에 대한 가부를 물어라”는 세종의 어명이 내렸다. 관리들이 민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찬반 의사를 확인했다. 그해 3월에 시작한 조사는 8월에야 끝났다. 응답한 인원은 17만여 명. 당시 인구수를 고려하면 노비나 여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백성이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말로 국민투표였다.

결과는 찬성 9만8657명, 반대 7만4149명. 세종은 찬성이 많은 걸 근거로 개정안을 시행하려 했지만 또다시 반대에 부딪혔다. ‘전하, 7만4149명이라는 반대도 대단히 많은 것이니 이를 감안해야 합니다’는 직언을 세종은 수용했다. 다시 개정안이 만들어졌고 일부 지역 시범실시를 거쳐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이때가 세종 25년이니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물론 토지세 개편과 25만원 지원법을 비교할 순 없다. 중요한 건 그 절차와 순서다. 국민 생활과 국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무리 민주당 1호 법안이고 이재명 전 대표가 직접 발의한 25만원 지원법이라도 효과와 시급성을 따져봐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론으로 혼란스럽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당장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가 그렇다. 여야가 논의한 대로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법, 반도체지원법, 간호법,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등도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기 위한 법안만 양산하는 건 지금만으로도 족하다. 정권탈환은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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