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찾아오면 파리 에펠탑이 환하게 거리를 밝힌다. 건너편에는 런던의 상징인 빅벤과 웨스트민스터궁이 빛을 내고, 그 옆에는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티를 꼭 닮은 거대한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명소와 환상 속 공간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이곳, 바로 마카오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40분가량 걸리는 마카오. 서울 종로구 크기의 이 작은 도시엔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공존한다. 동양과 서양, 화려한 도심과 한적한 어촌마을, 오랜 역사의 흔적이 묻은 건축물부터 최첨단 기술로 빚어낸 전시관까지. 이 상반되는 것들이 어우러지며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를 갖춘 ‘아시아의 관광 천국’을 만들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기는 사람도, 온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도 괜찮다. 마카오엔 모두 다 있으니. 올여름, 마카오로 떠나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카오 역사지구의 한가운데, 세나도광장에서 여행을 시작해보자. 세나도는 포르투갈어로 ‘의회’라는 뜻이다. 과거엔 의회 의사당으로 쓰인 곳인데, 지금은 공식적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무더위를 가르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수 근처에는 신고전주의 양식 건축물이 즐비하다. 포르투갈 특유의 물결무늬 타일인 칼사다(calsada)도 유럽 분위기를 내는 데 한몫한다. 이 거리를 조성할 때 돌 하나까지 포르투갈에서 가져왔다고.
세나도광장 근처에는 마카오의 랜드마크인 성바울성당(위 작은 사진)도 있다. 말이 성당이지 가보면 높이 25.5m에 달하는 거대한 벽체만 있다. 약 400년 전 아시아 첫 유럽풍 대학과 성당이 함께 지어졌는데, 두 차례의 화재로 성체 일부만 남았다. 그럼에도 보러 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벽을 자세히 보면 성경 내용과 함께 연꽃 등 동양적 상징이 함께 조각돼 있다. 이 벽 하나에 동서양의 역사가 온전히 담겨 있다.
유럽의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차로 5분 거리인 남쪽 콜로안 어촌 마을이 제격이다.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과는 다르게 소규모 가게와 낮은 집들이 모여 있다. 콜로안 마을의 중심, 노란색 파스텔톤의 성프란시스코사비에르성당은 마카오의 푸른 하늘과 대비돼 멋진 포토존이 된다. 영화 ‘도둑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콜로안 마을에 가면 ‘로드스토’ 에그타르트는 필수. 마카오 현지인에게도 인기 있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페이스트리 사이로 부드럽고 따끈한 크림이 입 안 가득 찬다.
리조트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즐길 만한 곳이 많다. 베니션호텔에는 몰입형 전시공간 ‘팀랩 슈퍼네이처’가 있다. 사면의 벽과 8m 높이 천장, 바닥 스크린을 통해 만들어지는 꽃과 나무, 파도를 보다 보면 환상 속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5000㎡에 달하는 넓은 공간이지만 정해진 경로는 따로 없다.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숨은 공간을 찾는 건 관람객의 몫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런더너호텔의 해리포터 전시관은 ‘해리포터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 호그와트, 마법 수업,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퀴디치 등 가슴 뛸 만한 영화 속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반짝이는 보석상자처럼 생긴 MGM코타이호텔 로비에서 펼쳐지는 돌고래쇼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모터를 단 풍선 돌고래가 공중을 가르며 묘기를 선보인다. 돌고래를 쫓아다니며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에겐 돌고래가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튜디오시티호텔에 대형 워터파크가 문을 열기도 했다. 워터슬라이드 7개, 파도풀 2개, 실내 서핑 시뮬레이터, 3.7m 길이의 다이빙 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각종 해산물과 고급 요리,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호텔 뷔페도 있다. 윈팰리스호텔의 폰타나뷔페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로비에 있는 달걀 모양의 화려한 대형 보석함을 지나면 바닷가재와 대게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뷔페가 펼쳐지는데, 저녁에는 호텔 앞 인공 호수에서 영화 ‘타이타닉’ OST와 함께 펼쳐지는 분수 쇼를 보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마카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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