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가(2억5500만원) 전기자동차인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EQS SUV에도 중국 기업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8일 “벤츠는 이 차량에 세계 1위 CATL 배터리를 장착했다”며 “EQS에도 2025년 이후엔 AESC 배터리를 함께 쓸 계획”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벤츠에서도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0.5%에 불과한, 글로벌 13위 회사의 배터리가 쓰일 예정이다. 인천 청라에서 불이 난 벤츠 EQE에 중국 CATL과 10위권 밖인 파라시스의 삼원계 배터리가 함께 쓰인 것과 비슷하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A.37643952.1.jpg)
이런 양상은 전기차 정보업체 EV볼륨즈와 한국경제신문이 전수 조사한 차량별 배터리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벤츠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7종 가운데 6종(85.7%)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 1억원이 넘는 EQE와 EQE SUV, EQS, EQS SUV 등 네 개 차종에 파라시스와 CATL 등 중국 배터리가 쓰였다.
중국 지리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전기차(폴스타4)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갔다. 프랑스 푸조(e-2008, e-208), BMW(iX1, iX3) 등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는 14개 차종 중 10개 차종(71.5%)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를 장착했다.
전문가들은 업력이 짧은 중국 업체의 배터리가 검증 없이 수입차에 장착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 내 공급 과잉과 업체 난립 속에서 삼원계 배터리의 공정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과 비야디를 중심으로 중국이 저가형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선 경쟁력이 높지만, K배터리의 주특기인 삼원계 배터리에서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선 배터리 정보 및 이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가 주별로 추진되고 있고, EU는 ‘배터리 패스포트제’를 도입해 2027년 2월부터 배터리 예상 수명 등 상세 정보를 담아 당국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도 2027년께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청라 화재 사고 후에도 정부는 차종별 배터리 정보와 재원 등의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별 배터리 제조사 등의 정보가 일부 투자자와 업계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 정보 접근성이 낮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우섭/성상훈/김재후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