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소녀 김유진 "랭킹은 숫자일 뿐"…1·2·4·5위 도장깨기

입력 2024-08-09 18:07   수정 2024-08-10 01:37

“세계랭킹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여자 태권도 선수 김유진(24)이 8일(현지시간) 세계 톱랭커들을 연달아 격파하는 이변을 쓰며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밝힌 소감이다. 세계랭킹 24위 김유진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페메르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2위·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16강부터 톱5 선수 4명을 잇달아 격파한 언더독의 반란이다. “랭킹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김유진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금메달이 반전’이라는 말에도 단호하게 “반전 아니다”고 답했다.

○할머니 권유로 시작한 태권도
세계 태권도의 상향 평준화 흐름 속에서 금메달 1개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했던 한국 태권도는 전날 남자 58㎏급 박태준(20)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여자 57㎏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아울러 한국 선수단은 13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서 세운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13개)과 타이를 이뤘다.

김유진은 금메달을 딴 뒤 할머니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충북 단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유진은 16년 전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는 할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여덟 살 때 태권도복을 처음 입은 그는 남다른 재능을 확인한 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유진의 키는 183㎝다. 또래보다 월등하게 큰 신장으로 중·고교 시절엔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체고 1학년 때 출전한 201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자 49㎏급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목받았다. 한국체대 소속으로 2019년 나폴리와 2023년 청두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한 김유진은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땄다.

순탄했던 선수 생활과 달리 김유진이 파리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부상 때문에 최근 국제대회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그의 올림픽랭킹은 20~30위권에 머물렀다. 파리행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5위권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다행히 국내 선발전을 통해 여자 57㎏급 대표선수로 선발된 그는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대륙별 선발전을 거쳐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피나는 노력, 올림픽에서 결실
올림픽 무대까지 힘든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 김유진은 하루에 세 번, 두 시간 이상 훈련하며 본선을 준비했다. 지옥 길을 가는 것처럼 훈련했다는 그는 경기 전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며 ‘내가 이까짓 거 못 하겠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유진의 피나는 노력은 본선에서 결실로 이어졌다. 그것도 16강부터 결승까지 랭킹 톱5 중 네 명을 차례로 꺾는 이변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6강전에서 도쿄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권(5위·튀르키예)을 2-0으로 완파했고, 8강전에선 한국계 캐나다 선수 스카일라 박(4위)을 2-0으로 돌려세웠다.

금메달까지의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최대 고비였던 세계랭킹 1위 뤄쭝스(중국)와의 준결승전에서 1라운드를 7-0으로 이긴 뒤 2라운드를 1-7로 내줘 위기를 맞았다. 김유진은 “잠시 쉬는 시간에 그동안 내가 한 노력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그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3라운드에서 집념의 머리 공격을 성공시켜 10-3으로 승리, 라운드 점수 2-1로 마무리했다.

결승에서 랭킹 2위이자 작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키야니찬데마저 제압한 김유진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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