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우 4강행 일등공신 오혜리 코치 "경고 받았지만…" [2024 파리올림픽]

입력 2024-08-10 11:39   수정 2024-08-10 11:45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했습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펠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리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전. 서건우(20)와 호아킨 추르칠(칠레)의 16강전이 추르칠의 승리로 선언되자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오혜리 코치(36)가 코트로 뛰어들었다. 심판을 붙잡고 강하게 항의한 그는 양손 검지를 흔들며 잘못된 판정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본부석까지 뛰어가 오심이라고 따졌다.

올림픽 무대에서 코치가 코트에 직접 올라가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서건우의 올림픽 데뷔 무대였던 이 경기에서 서건우는 추르칠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최종 승자는 서건우였지만 2라운드가 막 끝난 시점 승자가 추르칠로 선언됐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와 함께 회심의 뒤차기를 성공한 데다 상대 감점까지 끌어내 16-16을 만들었다. 이같이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오 코치는 서건우가 두 차례, 추르칠이 한 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 코치의 대처로 시스템상 오류로 회전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먼저 계산 된 것이 확인됐고 판정은 번복됐다.


이같은 대처로 인해 오 코치는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 지도자는 심판이 아니라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항의해야 한다.

장내의 관중들을 상대로 특정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양팔을 높게 치켜들며 억울함을 표현했던 오 코치의 행동에 WT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징계 조치 가운데 오 코치에게 '경고 및 공개 사과'를 적용한 것이다.
오 코치의 과감한 대처 덕분에 서건우는 4강까지 올림픽 여정을 이어갔다. 비록 아쉽게 메달은 놓쳤지만 첫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서건우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오 코치 역시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그는 16강전 당시 상황에 대해 "심판 대신 기술 담당 대표에게 말해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체대와 대표팀에서 서건우를 지도한 오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67㎏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 코치는 이번 대회 내내 열정적으로 서건우를 지원했다. 경기 내내 서건우의 경기운영을 돕는 그의 목소리는 방송 중계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오 코치는 "건우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며 "좋아하는 콜라도 끊고, 탄산수를 먹이면서 운동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서건우도 "나 때문에 코치님이 정말 많이 힘들어하셨다.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16강에서 그렇게 해주시지 않았으면 졌을 수도 있다. 발 벗고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하겠다. 주신 만큼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더 나은 제자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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