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리디아 고, 금메달과 명예의 전당 한 번에 잡았다 [2024 파리올림픽]

입력 2024-08-11 01:17   수정 2024-08-11 08:38



핀까지 거리 2.3m. 11일(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여자 골프 최종라운드의 마지막 홀에서 버디퍼트를 앞두고 리디아 고(27·뉴질랜드)가 살짝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1타 차 단독선두. 이 홀에서 타수를 지키기만 해도 금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선 두번의 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던 그이기에, 올림픽에서 금은동을 모두 휩쓰는 진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금메달을 따면 그가 평생 목표로 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을 메꿀 수도 있다.

그 어떤 때보다 부담이 퍼트, 리디아 고는 흔들림없이 퍼트를 성공시켰다. 2타 차 완벽한 1위. 리디아 고가 파리올림픽 여자골프의 챔피언에 오르면서 명예의 전당 주인공까지, 여자 골프의 새 역사를 쓴 순간이다.

리디아 고는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리디아 고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8언더파 280타의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리디아 고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 2021년 도쿄 대회 동메달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골프 역사상 올림픽에서 3회 연속 포디움에 오른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도 완성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 1월 LPGA투어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TOC에서 우승하며 명예의 전당까지 단 1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후 연장 끝 준우승 등 좀처럼 우승이 잡히지 않았지만 세계인의 축제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로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키며 더없이 완벽하게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LPGA투어에서만 20승을 올린 리디아 고는 '천재 소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여섯살에 뉴질랜드로 건너갔다. 2012년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투어 NSW오픈에서 14세에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같은해 8월 아마추어로 캐나다퍼시픽오픈에서 우승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2014년 16세에 프로에 데뷔한 뒤 남녀 골퍼를 통틀어 최연소 세계랭킹 1위, 최연소 메이저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천재에게 닥친 성장통은 영광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2018년 1승을 추가한 뒤 우승 소식이 멈췄다. 2019년 하반기에는 20위 안에 한 차례도 들지 못했다. 새로운 스승과 손잡고 클럽, 스폰서 등 모든 것을 바꿨다. 오랜 기다림 끝에 2021년 부활을 알렸고, 이듬해인 2022년에는 LPGA투어 상금왕, 올해의 선수, CME글로브 레이스 1위를 싹쓸이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인 정준씨와 결혼하며 최고의 한해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지난해 샷이 흔들리면서 다시 한번 짧은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새 스승 이시우 코치를 만난 뒤 리디아 고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올 시즌 첫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에서 20승을 넘긴 15번째 선수이자 박세리, 캐리 웹, 로레나 오초아 등에 이어 27세 이전에 20승을 달성한 일곱 번째 선수가 됐다.

리디아 고의 풍부한 경험, 그리고 천재적인 실력은 올림픽에서 꽃을 피웠다. 첫날 이븐파로 신중하게 출발한 그는 2, 3라운드에서 각각 5타, 4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챔피언조로 나선 최종라운드 첫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하나 싶었지만 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흐름을 되살렸다. 이어 전반에만 2타를 더 줄이며 한때 5타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13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이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해 2위 그룹과 1타 차까지 좁혀졌지만 리디아 고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었던 후반홀에서 파를 이어가며 타수를 지켰고, 18번홀에서는 우드로 티샷해 페어웨이를 지키는데 집중했다. 세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그는 완벽한 버디 퍼트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양희영이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 가장 높은 순위인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메달은 아깝게 놓쳤다. 동메달은 7언더파의 린시위(중국)가 가져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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