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넘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진 팬과의 깊은 유대감은 스튜디오의 탁월한 역량,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하는 테마파크의 혁신적 기술이 결합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지난 9일 디즈니 팬 1만2000명으로 꽉 찬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혼다센터.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격년제 행사인 ‘D23’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디즈니가 아니면 어떤 기업이 이 같은 이벤트를 열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디즈니는 올해 최대 규모로 마련된 D23 행사에서 대규모 신규 콘텐츠를 앞세워 스트리밍 서비스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테마파크 왕국’으로 한 세기를 거느린 디즈니가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국’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 D23 관람객은 공식 행사 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면 아침 7시부터 줄을 서서 행사장에 들어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부스를 찾아다니며 한정판 굿즈를 양손 가득 산다. 이어 저녁에는 쇼케이스를 관람하며 새로운 콘텐츠 공개일을 달력에 저장한다.
디즈니는 D23을 통해 자사 콘텐츠에 관한 소비자 경험을 더 깊고 넓게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미키마우스’ 팬이 디즈니랜드 방문객으로 이어진 것처럼 마블 영화 팬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플로리다주에서 온 제이미 린(24)은 “티켓값, 숙박비, 항공요금까지 하면 오는 데만 3000달러(약 410만원) 넘게 들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이번 D23에서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확대를 강조했다. 기술과 콘텐츠가 융합된 플라이휠의 중심 축이 디즈니플러스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해 OTT 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스트리밍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영화와 TV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옮겨간 만큼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려면 스트리밍 사업을 키우는 게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발표한 2024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에서 디즈니의 스트리밍 부문 영업이익은 47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흑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엔 5억12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애너하임=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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