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났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관치 금리는 더 굳어졌고, 시장은 점점 뒤틀려 갔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 빚 폭증이다. 얘기는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언급 이후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을 일일이 돌며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도록 압박했다. 금융당국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억지로 끌어내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길을 잃은 정부의 가계 빚 정책은 ‘더 센’ 헛발질로 이어졌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달 도입하기로 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 시기를 돌연 한 달 미룬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발표는 홈쇼핑의 ‘마감 임박’ 문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잠재적 부동산 매수자까지 은행으로 대거 끌어들이며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부추겼다.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달부터 은행에 가계 빚 관리를 주문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을 사실상 용인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은 지난달부터 서너 차례에 걸쳐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3%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번번이 대출 금리는 잠시 올랐다가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주담대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더 빠른 속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려도 안 오르고 그대로인 금리. 한 달 넘게 이 같은 일이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물론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교차로에 선 자동차가 좌회전(경기 회복·부동산시장 안정)과 우회전(가계 빚 관리)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당국이 금리와 대출 수요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오만한 착각’에 불과하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늘 실패하듯, 금리 관리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은행의 혁신을 짓누를 뿐이다. 선의(善意)를 갖고 있더라도 그렇다. 관치 금리와 결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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