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쿠베르탱(프랑스·1863~1937)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한 선수들이 4년 뒤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기약했다.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하계 올림픽이 11일 파리 동북부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진행된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평균 연령 23.9세. 이번 대회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 선수들이 쓴 ‘기적의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메달 획득에만 집착해 무겁고 비장하기까지 했던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즐겼다. 치열한 경쟁의 압박 속에서도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온 국민에게 전했다.
Z세대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당당히 맞선 결과 예상치 못한 깜짝 메달 소식을 연달아 전했다. 과거 훈련 중 노트북에 붙인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라는 메모 사진이 화제가 된 ‘한국 선수단 최연소’ 사격의 반효진(16)은 한국의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세계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친 세계랭킹 24위 김유진(24)은 톱랭커들을 차례로 꺾고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삐약이’ 신유빈(20)은 누구보다 대회 자체를 즐겼다. 탁구 혼합복식(동메달)과 여자 단식(4위), 여자 단체전(동메달)에서 모두 동메달 결정전까지 치르느라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단체전 대기석에서 감독과 함께 다른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 경기장 밖에서의 ‘먹방’까지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모든 일정을 마친 신유빈은 “‘드디어 끝났다’라는 후련함이 든다”며 “큰 대회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세 번이나 한 것보다 큰 경험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직전 도쿄올림픽 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8위로 마친 서채현은 이번 대회에서 6위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그는 “내 등반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번에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으니 LA올림픽에서는 더 올려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유쾌한 역사’로 유명한 김수현(29)도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올림픽에서 더 성장할 것을 약속했다. 대회 역도 여자 81㎏급 경기에서 인상 110㎏, 용상 140㎏, 합계 250㎏을 들어 올려 전체 13명 중 6위를 기록한 김수현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4년 뒤 LA올림픽에서는 더 ‘센 캐’(센 캐릭터의 줄임말)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근대 5종의 서창완(27)도 첫 올림픽 무대를 마친 뒤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개인 결선에서 총점 1520점으로 7위에 오른 그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남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열심히 훈련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앞서 대회 일정을 마친 다이빙 김수지(26)와 체조 여서정(22) 또한 빈손에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며 “4년 뒤 메달을 목표로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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