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공고 나와 '대만 로또'…900억 부자 된 케이엔에스 대표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4-08-18 07:00   수정 2024-08-19 15:21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전기차용 2차전지 확대 보급에 따라 배터리 안전에 대한 중요도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안전 핵심 부품인 전류차단장치(CID·Current Interrupt Device)와 배터리 모듈(BMA·Battery Module Assembly) 자동화 장비 설계 및 제조기업으로서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봉진 케이엔에스 대표(1971년생)는 지난 16일 사업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인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케이엔에스는 원통형 2차전지에서 전류 과부하를 차단하는 부품 CID와 셀을 외부 충격과 열, 진동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개수로 묶어 프레임에 넣은 배터리 모듈을 생산하는 자동화 장비를 국내 배터리 1차 협력사에 납품하고 있다.



본사는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서탄로 446-9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50분 거리다. 2006년 4월 20일 설립했고, 임직원 수는 153명(한국 본사 51명, 베트남 법인 103명)이다. 2008년 삼성전기 협력사로 등록됐고, 2010년 삼성SDI와 덴소코리아 협력사로 등록된다. 2015년 베트남에 진출했고,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협력사로 활동 반경을 넓히게 된다.



케이엔에스 베트남 법인의 경우 디스플레이 검사 및 포장장비를 만들고 면적은 6580㎡(건물 2276㎡)를 자랑한다. 2020년 매출 45억원에서 지난해 71억원으로 연평균 16%씩 성장하고 있다. 상반기에도 매출 53억원(내부거래 조정 전 기준)을 기록해 올해 1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은 IPO 공모자금으로 27억원(올해)을 공장 증설에 투입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따따블’ 주인공 케이엔에스 … “46파이 배터리 자동화 장비 개발”

지난해 12월 6일 코스닥 상장한 케이엔에스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주인공이다. 싹수는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보였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5일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든 기관이 희망밴드(1만9000원~2만2000원)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해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2만3000원에 확정됐다. 이후 일반 투자자 청약 증거금은 3조1281억원이 몰렸고 경쟁률은 1451대1을 기록했다. 상장일 공모가의 208.70%인 7만1000원에 시가 출발했고 종가는 9만2000원에 마감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7040원(7월 1대1 무상증자 반영 후 주가)으로 상장일 이후 8개월여 만에 62.96% 하락했다.



정 대표는 “원통형 배터리 제품이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에서 4680(지름 46㎜·높이 80㎜)으로 전환되는 시기다”며 “게임 체인저인 4680 배터리 자동화 장비를 먼저 개발해 국내외 배터리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수주받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4680 원통형 배터리용 리벳 자동화 장비를 공급했다. 제품 사양마다 값은 다르겠지만 장비 1대 수주 가격은 36억원이고, 4680 배터리 1GWh(기가와트시)당 리벳 장비는 약 3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4680 CID 장비는 고객사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제작할 수 있으며 이르면 내년 말부터 4680 배터리 CID 부품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화권 고객사인 종루이(Zhongrui)와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종루이코리아를 설립했다. 4680 배터리 분야에서 선점 효과를 기대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셀 메이커들의 4680 배터리 증설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라 케이엔에스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정 대표는 “4680 원통형 배터리가 대규모로 양산될 경우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은 명확하다”고 자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3년 내 매출 1000억원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 격차를 통한 이익률 극대화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실적 둔화 … “고정비 증가 탓”
케이엔에스는 2019년 매출 139억원, 영업이익 1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115.83%, 110.53%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 160억원(전년 대비 18.37% 감소), 영업이익 8억원(79.49% 감소)을 기록해 전년보다 올해 실적 둔화 가능성이 있다. 조정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종 고객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4680 원통형 배터리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며 “올해 매출 377억원(25.6% 증가), 영업이익 56억원(42.1% 증가)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케이엔에스의 매출 절반은 원통형 CID 장비(지난해 50.5%)에서 발생한다. 2위는 MLCC부품 진공 패키징 장비와 디스플레이·태양광·전장 등의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 장비(28.6%)다. 3위는 2차전지의 열, 압력 감지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BMA 제조 장비(18.9%)고, 나머지는 각형 배터리의 안전장치인 캡 어셈블리 제조 장비(2%) 순이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구축은 CAM 기술 경쟁력이 기반하고 있다. CAM 기술이란, 하나의 축에 다수의 캠을 배열한 기계장치로 회전 운동과 직선 운동의 움직임으로 동작하는 기술이다. 타사의 경우 다수의 유압 실린더를 통해 구동하는 자동화 장비를 제작하는 것에 비해 케이엔에스의 자동화 장비는 하나의 모터, 5개의 실린더와 10개의 유닛으로 구성한 원판 회전라인 공정으로 원가절감, 생산유연성, 모듈화를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다.



실적 둔화에 대해 김흥래 CFO는 “지난해 말 완공된 평택 신공장(기존 공장 포함 자동화 장비 연 160대 생산 가능/생산능력 1000억원)과 공격 영업 전략으로 우수 인재를 유치하면서 고정비가 증가됐다”며 “장기적으로는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4.16%다. 또 한국 직원도 상장 전까지만 해도 약 30여명이었는데 사세 확장으로 연내 70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최고의 기술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더불어 직원이 행복한 회사’라는 경영 이념처럼 기술에 진심이다. 특허 수는 고속 CID 조립기(21700) 개발, 46캔 리베팅 장비 개발 등 16개 보유 중이다.



정 대표는 사업 구조에 대해 “자동화장비는 정해진 틀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설비를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구현하는 설비로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경로가 많은데 최적의 이동 경로를 선택해야 시간도 줄고 기름값도 많이 안 나오면서 안전하게 갈 수 있단 뜻이다.


주가는 올 들어 44.59% 폭락

주가는 연초 대비(2023년 12월 28일 3만750원) 44.59% 하락했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정 대표는 “지난 7월 무상증자(1대1)를 실시해 유통 주식 수 확대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였다”고 답했다. 이어 “성장에 집중한 뒤 곳간이 풍성해지면 배당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총 주식 수는 867만4556주로 최대주주는 정 대표(지분 61.70%)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66.12%를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0.23%로 유통 주식 수는 30%가 조금 넘는다. 상반기 기준 일반 주주는 1만1562명이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4680 배터리 시장 개화로 인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다. 현대모비스 출신 임원도 영입했고, 中 합작법인을 통한 매출 증가도 기대한다. 1분기 기준 부채 비율도 15.42%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고 자본유보율은 1만1918%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자랑한다.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매출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44억원, 유형자산은 123억원이다.



19세에 시골 공고 나와 ‘대만 로또’ … 30년 자동화 장비 한우물로 주식 부자 우뚝

18일 기준 911억원 주식 부자인 정 대표의 인생은 밝은 인상과는 정반대로 가난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는 “가난이 싫어서 선생님에게 무조건 서울을 가게 해달라고 졸랐다”며 “담양공고를 졸업하자마자 19세에 서울에서 조기 취업을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가난한 환경 탓에 학업적으로 배움이 많이 부족했지만 서울을 동경했다”며 “군대 전역 후 자동화 장비 회사(진우엔지니어링)에 1994년 입사해 자동화 장비 외엔 절대 한눈을 팔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기술 난제와 경제적인 불확실성, 경쟁회사의 압박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다”며 “2006년 대만 출장을 갔는데 지인이 한 회사 회장님을 소개해 줘 거기서 받은 계약금 5억원을 가지고 창업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생각하면 마치 로또가 된 것 같았다”며 “그해 5명의 직원과 함께 10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웃었다. 34세에 창업한 그는 지금도 과거 공장에서 숙식할 때 쓰던 담요를 집에 걸어놓으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케이엔에스는 설립 초기에는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 전문 자동화 장비를 만들었으나 태양광 모듈 장비, 자동차 부품 관련 장비 등 사업 변화를 시도하며 생존했다.



‘무일푼 촌놈’도 성공했다 …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통과의례일 뿐”
‘무일푼 촌놈’에서 주식 부자로 거듭난 정 대표는 청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는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자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일을 찾아 그 길을 묵묵히 걸으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성공이란 종종 외부적인 요인에 측정되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스스로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에서 온다고 믿는다”며 “실패를 두려워말고 모든 경험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단순한 통과의례일 뿐이다”고 조언했다.



회사를 다섯 글자로 표현해 달라는 부탁엔 “혁신동력원”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직원이 많진 않지만 ‘1인 영업사원’이라는 열정으로 한 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평생 함께 할 각오로 고품질의 기술력과 사후 대응력을 자랑한다”며 “새로운 걸 찾아서 혁신하는 에너지가 커지면 시장의 판도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회사의 핵심 인력 근속연수는 12년으로 고급 기술력을 장비 개발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개인투자자들에겐 “저도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만 좋은 회사를 투자해서 오래 갖고 있는 게 투자의 정석이라 생각한다”며 “투명 경영과 열린 소통으로 미래 성장 고속도로를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등락에 일희일비보다는 미래 기술과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선택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의 4680 배터리 양산에 대한 수혜가 기대되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강력한 오너십이 발휘되면서 좋은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반기 영업이익이 8억원에 그칠 정도로 전방 고객사 설비 투자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이 생기는 것은 부담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업황 둔화로 당분간 실적은 기대보다 부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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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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