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란 무엇인가" 질문 남긴 금융지주 투자 [차준호의 썬데이IB]

입력 2024-08-20 14:26   수정 2024-08-21 10:25

이 기사는 08월 20일 14: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레버리지까지 일으켜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상장주식에 투자하라고 우리가 투자금을 맡겼습니까. 개인들이 HTS로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은 투자를 PEF가 막대한 수수료를 받으며 하는 게 맞나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2016년 우리금융지주 투자에 이어 신한금융지주에까지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2020년 무렵, IMM PE의 출자자(LP)였던 한 보험사의 대표는 IMM PE 측 인사를 불러 크게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사석에서도 LP들의 불만들은 줄을 이었다. 대부분 비상장 알짜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막대한 차익을 얻는 전략을 구사하는 바이아웃 PEF가 상장된 금융주에 투자하는 게 적합한지를 성토하는 목소리였다. 바이아웃 PEF는 자본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대체투자 중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는 전략으로도 꼽힌다.

IMM PE는 2019년 주당 4만2900원에 신한금융지주의 전환우선주(CPS) 1748만주(3.7%)를 사들이며 금융지주사 투자에 발을 들였다. 약 7500억원을 쏟았다. 2020년 오렌지라이프로부터 380만여주(0.7%)를 주당 2만800원에 총 1000억원을 들여 추가 매입했다. 2020년 어피너티와 EQT파트너스(당시 베어링PEA)도 공동으로 주당 2만9600원 수준에서 총 1조원을 투자해 각각 지분 3%가량을 확보했다.

내로라하는 PEF들의 금융지주 투자에 대한 러브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칼라일은 KB금융지주가 발행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4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1월부터 주당 4만8000원 KB금융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였다. PEF들이 보장받은 건 이사회 1인 추천권이 사실상 전부였다.

올 들어 예상치 않게 '밸류업' 정책 수혜를 받은 금융지주 주가가 잇따라 뜀박질하자 PEF들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매각했다. IMM PE는 우리금융지주 지분에 이어 신한금융지주 지분 블록딜에 나섰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지분 0.7%를 주당 4만5000원에 매각해 약 60%에 달하는 수익율을 올렸다. EQT파트너스도 보유 지분을 주당 4만4688원에 팔아 30%대 내부수익율(IRR)을 올렸고, 어피너티와 칼라일도도 1월과 2월 수익구간에서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대부분 IRR 30%를 전후하는 막대한 수익을 안긴 투자로 꼽힌다.

PEF업계에선 투자 수익률 외에도 금융지주사로부터 떨어지는 유·무형의 효과가 막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매 년 PEF운용사에 출자하는 수천억원대 자금을 받는 데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거나 대규모 인수금융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제공받는 등의 효과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공제회·연기금들의 출자 컨테스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밑에서 진행되는 금융지주사들의 출자금을 받기 위해 투자를 강행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금융지주사들이 쌓은 네트워크를 딜 소싱에 활용하거나 주요 기업과 거래를 주선하는 용도로 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찌됐던 LP들의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삼는 선관주의에 따라 금융주투자가 결과적으로 이견이 없는 성공한 투자로 꼽히는 이유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주 투자를 주도한 한 대표는 은행원이었던 아버지의 꿈을 자신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입성해 이룰 수 있다며 투자를 밀어붙였다"며 "개인적인 자아실현까지 PEF 투자를 통해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PEF의 금융지주사 투자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바이아웃 PEF 운용사의 존재 의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아웃 PEF의 역할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컸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투자에서는 자본시장 최고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PEF의 역량인 △거래 발굴 △인수 후 기업가치 증대 △정교한 회수모델 어떤 점에서도 운용사의 역량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PEF들의 투자금 회수를 만든 건 정교한 투자 모델이 아닌 금융감독원 주도의 금융지주사 기강잡기에 있었다는 데 금융지주에 투자한 PEF 당사자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투자 당시 각 PEF 운용사들은 중장기적 협업을 통한 △글로벌 진출 △선진적인 이사회 정착 △배당 및 주주환원 등을 통한 기업가치 개선을 내걸었지만 이사회에서 이들의 역할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잇따라 금융지주들의 막대한 수익을 겨냥하며 배당을 자제하고 상생금융과 충당금 확대를 압박하라는 지도가 이어졌지만 '시장'을 대변한다는 PEF 추천 이사회 인사들이 침묵을 지킨 점이 대표적이다.

한 LP 관계자는 "어찌됐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선 할말이 없지만 결과가 모든걸 정당화한다면 테마주·비트코인 투자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PEF들이 투자하더라도 금융지주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만 확신시켜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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