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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니켈도금강판 양산에 성공하자 LG와 삼성이 먼저 접촉해왔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들도 일본 기업 등이 장악하던 소재 시장의 국산화에 목이 말랐던 것이다. ‘원재료(포스코)·중간재(TCC스틸)·완성품(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으로 이어지는 ‘K배터리 생태계’가 이제 막 뿌리를 내린 참이었다. 이 생태계는 TCC스틸의 스마트팩토리 건설이 무산되면 해외 기업과 몸집 불리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이 막힌 TCC스틸을 구한 제도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이었다. 기업활력법은 2016년 8월 공급과잉으로 동반 부실 위험에 처한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3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2016년 한화케미칼이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는 ‘석유화학 빅딜’을 1호로 지원한 이후 같은해 11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강산업, 2017년 6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 재편을 도왔다.
TCC스틸이 기업활력법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 덕분이었다. 기업활력법은 사업 재편을 위한 정책금융과 연구개발비(R&D)를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 TCC스틸도 4개 시중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과 은행이 금융 지원보다 더 반기는 혜택은 신용위험평가를 4년간 면제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은 매년 기업의 재무구조를 4개 등급으로 평가한다. 기업이 투자를 위해 부채를 늘리면 평가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은행은 대출을 꺼리게 된다. 신용위험평가를 4년간 면제하면 은행은 등급 하락의 우려 없이 대출해줄 수 있다.
TCC스틸의 현재 한국 시장과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95%와 30%에 달한다. 2023년까지 1만원 선에 갇힌 주가는 지난 2월 말 한때 8만2200원까지 올랐다.
철강 압연롤 제조사 코나솔도 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신사업 진출과 소재 국산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소재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필수적 설비인 HIP(고온등방압성형) 도입 비용을 지원받아 핵연료 처리 설비에 사용되는 중성자 흡수재와 전투차량의 방탄장갑에 쓰이는 방탄 플레이트를 국내 최초로 사업화했다. 미국 3M의 독점 구도를 뚫고 글로벌 2위 원자력기업인 프랑스 오라노와 10년간 4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기업활력법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법률. 제정 당시 지원 대상은 공급과잉 한 분야였지만 세 차례 법 개정을 통해 신사업 진출,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등 6개 분야로 늘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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