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학기술이 실종된 과학기술위원회

입력 2024-08-12 17:39   수정 2024-08-13 00:13

“청문이 아니라 고문이었습니다.”

지난 8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후 이 부처의 한 관계자가 이렇게 호소해왔다. 이날 청문회의 중심은 유 후보자의 장남이었다. 국민 정서상 민감한 병역 기피 의혹이 있어 예상된 방향이다. 병역 면제의 원인이 된 질병이 실재하는지를 두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질병 노출에 따른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오후 5시58분부터 9시7분까지 청문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문제는 속개된 회의에서 발생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쪽에서 계속 장남의 미국 체류시절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통에 여야간 갈등이 증폭됐다. 후보자는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저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시간 비공개회의에서 모든 것을 밝혔는데 공개로 전환되자마자 후보자가 무언가를 속이는 것처럼 끊임없이 왜곡했다”고 분개했다.

후보자의 장남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소재 분야 과학자인 부친과 달리 학업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부친을 따라 미국 일본 등 해외 여기저기 머물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이후 특정 질환에 걸려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면제 절차는 하자가 없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망신 주기의 굿판이 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업무 능력과 무관한 이슈만 물고 늘어지는 청문회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직계 가족이더라도 그들의 인생 행로는 공직 후보자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날 청문회를 연 국회 과방위는 요새 논란의 중심에 있다. ‘뇌가 없는 것 같다’ 등 후보자에 대한 온갖 막말, 임명 직후 탄핵이라는 기이한 일이 이곳에선 일상이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를 과방위에서 즉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과방위 소관 기관은 80개가 넘는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사 단 세 곳 관련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여 어떤 생산적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과방위 전체회의가 16번 열리는 동안 과학기술 법안 논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청문회 이튿날 유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과 도덕성이 없어 부적격”이라며 자진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주 유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돌고 도는 악순환의 고리에선 별무소용이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반대를 뒤로하고 장관급 임명을 강행한 게 37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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