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년간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은 스타트업만 1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류 브랜드 회사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주관사 콘테스트’에서 1조원대 가치로 평가됐다. 화장품 브랜드 회사 비나우에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제시한 곳도 있다. 다른 증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의 ‘몸값’ 뻥튀기 평가는 기업 최고경영진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IPO 시장 특성상 상장 청사진으로는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평가 가격이 기업과 주요 주주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전에 기업이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파악한 뒤 그보다 높은 가치를 제시하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현재 기업 상황에서 달성하긴 무리인 기업가치라는 건 알지만, 그 숫자 미만으로 제시하면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낮게 본다는 인식을 피하기 어렵다.
주관사 경쟁 단계에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지는 만큼 이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기업도 있다. 실제 IPO에 나설 땐 그보다 살짝 낮은 기업가치를 내놓고 ‘보수적 기업가치’를 제시했다며 투자자를 현혹한다.
주관사 선정과 외부 투자 유치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다. 주관사 경쟁 과정에서 제시된 기업가치 및 그 근거를 갖고 투자사에 투자를 요청하는 식이다. 주관사가 이 정도 가격을 제시했으니 이보다 낮은 가격에 투자하면 조만간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득한다.
국내 IPO 시장에서 주관사 간 평판이 별반 차이 나지 않아 벌어지는 비극이다. 얼마나 큰 IPO 딜을, 얼마나 흥행시켰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뿐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한 평가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주관사별 역량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빅딜’을 얼마나 해왔는지가 아니라 앵커 투자자를 확보할 역량이 있는지, 수요예측의 완성도는 어땠는지, 실제 공모주의 수익률은 어땠는지 등으로 주관사를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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