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이달 들어 급락하면서 최근 한 달 사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20% 넘게 급락했다. 올 상반기 AI ETF가 준수한 수익률을 올리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반면 헬스케어, 채권, 귀금속 등을 기초자산으로 둔 ETF는 증시 급락 국면에서도 선방했다.
◆반도체 ETF 줄줄이 ‘급락’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레버리지·인버스형을 제외한 ETF 가운데 1개월(7월9~8월9일) 수익률 최하위는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이었다. 이 기간 27.57% 하락했다.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는 -26.72%로 2위,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가 -25.43%로 3위였다. 이어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25.42%), ‘SOL 반도체후공정’(-25.42%), ‘SOL AI반도체소부장’(-24.76%) 순서였다. 수익률 하위권 1~5위가 모두 AI 반도체 ETF였다.수익률 최하위인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올 상반기만 해도 37.25% 상승했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면서 연초 대비 오히려 2.27% 하락했다.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역시 주가가 연초 대비 3.72% 낮아졌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의 주가 거품이 빠르게 꺼지면서 이들 ETF들도 수익률이 급락했다.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한미반도체, 이수페타시스, 리노공업 등이 보유 비중 상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는 네오셈, 코미코,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등 코스닥 종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해외 반도체 종목을 담은 AI ETF도 비틀거리고 있다. 연초 이후 6월 말까지 58.17% 급등한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최근 1개월 사이 15.9% 빠졌다. 상반기 56.89% 오른 ‘KODEX 미국반도체MV’도 최근 한 달 17.30% 하락했다. AI 설비 투자가 과도하다는 우려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이 조정받은 여파다.
뒤늦게 AI ETF에 탄 개인들은 쓴맛을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을 2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역시 같은 기간 47억원 사들였다. 이밖에도 개인은 ‘TIGER Fn반도체TOP10’과 ‘KODEX 반도체’도 지난달 각각 105억원, 121억원어치 사들였다.
◆헬스케어·장기채 ETF는 ‘훨훨’
반면 헬스케어, 장기래 ETF는 증시 급락 국면에서도 오히려 소폭 상승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9월 인하될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지난 1일부터 9일까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4.89% 상승했고 ‘TIGER 의료기기’는 3.93%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81% 하락했다.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귀금속 관련 ETF도 시장 대비 선방했다. ‘ACE KRX금현물’과 ‘KODEX 골드선물(H)’는 8월 들어 0.59%, 1.05%씩 소폭 올랐다.
투자자 자금은 금리형·채권형 등 변동성이 적은 ETF로 흘러들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8월2~8일 사이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과 ‘PLUS 국고채10년액티브’로 각각 1980억원, 1162억원이 순유입됐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하기에는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 방어적 성격이 강한 섹터 ETF들의 평균 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단체의 갈등이 격화하는 만큼 방산 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의 이익 전망은 좋지만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상관관계가 낮은 금융, 조선 등의 업종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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