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프로페시아와 비아그라, 이탈리아 3대 와인 중 하나인 아마로네는 공통점이 있다. 셋 다 부작용과 실패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세기의 발명품’이 되었다.
먼저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당초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나타난 발모현상에 힌트를 얻어 남성 탈모약으로 출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도 처음에는 심장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세상에 나왔다가 중·노년 남성들에게 ‘행복을 주는 약’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아마로네도 마찬가지. 인간의 실수를 극복하고 위대한 성공을 거둔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 와인의 발견은 ‘레치오토(Recioto)’로 시작한다. 즉 양조 도중에 의도적으로 발효를 중단시켜 당도를 높이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의 재탄생 이야기다.
100여 년 전 어느 날 베네토주 시골마을 발폴리첼라에서 한 와인메이커가 레치오토를 양조하면서 그만 발효 중단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실패한 와인 처리를 두고 고민하던 중 ‘강한 알코올과 쌉싸름한 맛’을 학인하고 생각을 바꿨다.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으로 판매에 나섰다가 큰 성공을 거뒀다는 해피엔딩이다.
실제 출시 당시 와인 이름 레치오토 아마로(Recioto Amaro)는 ‘쌉싸름한 레치오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지역 와이너리들이 공식적으로 아마로네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에 나섰다.
아마로네 와인 양조의 핵심은 고대 로마시대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 아파시멘토 방식. 즉 포도 수확 후 3~4개월 정도 말린 후 천천히 압착하고 느리게 발효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침용과 발효가 끝난 후에도 최소한 2년 이상을 나무통에서 숙성시킨다.
리제르바급의 경우 최소 4년 이상, 와이너리에 따라서는 수십 년을 숙성시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양조 후 10년 정도 지나서 마시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인고의 세월이 지나야 부드럽고 둥글고 밸런스가 잘 맞기 때문이다.
아마로네는 일반적으로 코르비나(Corvina)와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 등 3개 토착품종을 섞어 양조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핵심 품종 코르비나는 껍질이 얇고 산뜻한 체리향이 강한 품종. 비슷한 품종인 코르비노네(Corvinone) 포함, 최소 45%에서 최대 95%까지 사용한다. 나머지 품종은 와인의 짙은 컬러와 산도 유지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와인 수입사가 추천한 아마로네 3종류를 소개한다. 먼저 ‘아마로네 생산자의 리더’로 잘 알려진 마시 코스타세라. 아파시멘토 후 28~30개월 슬라보니안 오크통 숙성을 거쳤다. 그 덕분에 초반부터 말린 자두와 건포도 향기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강한 다크 초콜릿, 은은한 바닐라 향이 조화를 이룬다. 수입사 레뱅드매일은 어울리는 음식으로 양념 돼지갈비 요리를 꼽았다.
다음은 올드한 이미지의 라벨로 국내에 잘 알려진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와인을 잔에 따르고 살펴보면 진한 루비 레드 외에도 은은한 가넷 컬러를 발견할 수 있다. 40여 일 발효, 최소 3년간 오크통 숙성 후에도 1년간 병 숙성을 진행했다. 와이너리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끝으로 브리갈다라 아마로네 클라시코. 붉은 체리와 베리류의 아로마가 두드러진다고 수입사는 설명한다. 입안 가득 채우는 과일 풍미와 특유의 쌉쌀한 맛을 금방 잡을 수 있다. 바리크에서 1년,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통에서 2년 숙성. 연간 6만 병 정도 생산된다.
아마로네는 평양냉면 같은 와인이다. 심심한 맛이 무더운 여름철 꼭 생각나는 것처럼 아리송한 맛을 지닌 와인이기 때문이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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