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2는) 전 세계 16만대가 팔렸는데, 화재 건수 0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폴스타 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린 폴스타4 출시 간담회에서 김세배 폴스타코리아 홍보총괄담당은 이 같이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제조사 입장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확실한 방법은 배터리에 전해지는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고 완화하는 것"이라며 "폴스타4는 강철 알루미늄으로 감싸고 외부 충격 대비 고전압을 차단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신차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장도 이처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제조사가 먼저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7일에 열린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테크 데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권고하고 나서기 이전이었지만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재되는 배터리 사와 배터리 팩 제조업체까지 공개했다. 불이 난 벤츠 EQE에 리콜 전력이 있는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뿔난 소비자들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간담회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법인에서 공급하는 셀이 사용됐고, 배터리 팩은 카펙발레오에서 제조됐다"며 "가혹 조건에서 안전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강건화 설계를 했으며 30만㎞의 내부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된 전기차를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NE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등록된 전기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증가했다. 유독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가 전기차 신차에도 옮겨붙지 않을지 제조사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신차 간담회에서 전기차의 안전을 계속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비싼 값어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수입차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벤츠 EQE 모델에서 리콜 전력이 있는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억대 가격 전기차가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러자 수입차들도 적극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다. 필수는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물어봐야 정보를 알 수 있었던 종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국산차 현대차와 기아를 시작으로 가장 먼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수입차 브랜드는 BMW다. BMW는 화재가 발생한 벤츠보다도 먼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등 정공법을 택했다. 이후 벤츠코리아, 볼보코리아, 폭스바겐 등이 소비자 신뢰 확보 차원에서 배터리 제조사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볼보코리아는 "신차 출시 시점부터 배터리 제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스텔란티스는 미출시 차량까지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나섰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전기차 안전 점검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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