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는 대한의 백성이 될 것이요, 죽어서는 대한의 귀신이 될 것이니, 너희들은 빨리 생각하여 서둘러 도모하라.”
1909년 경기 양주 일대에서 항일 의병 활동을 하다 전사한 의병장 유인순이 남긴 말이다. 국가유산청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공개한 <한말 의병 관련 문서>에서 원문이 처음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한말 의병 관련 문서> <한일관계사료집-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조현묘각운> 시판 등 선조들의 자주독립 의지가 담긴 환수 문화유산 세 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전후 국외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한 매입과 기증 등의 방식으로 국내 환수했다.
올해 7월 복권기금을 활용해 일본에서 들여온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의병 활동 기록과 서한 등을 엮은 문서다.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허위, 이강년 등이 작성한 문서 9건, 유중교와 최익현의 서신 4건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처음 원문으로 확인된 수록 문서 13건에는 의병 간 협조와 갈등 양상 등 구체적인 내용이 기록됐다. ‘함께 국가를 구제하기로 회신하오니, 밤새워 군진을 이끌고 오시길 간절히 바람’ 등 편지 내용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허위와 이강년의 체포, 항일의병장 유인석의 시문집인 <의암집> 제작 현장 급습 등 일제의 탄압 과정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한일관계사료집>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독립을 요구하기 위해 편찬한 역사서다. 지난 5월 재미동포 개인 소장자가 “국민이 함께 향유하길 바란다”며 아무 조건 없이 국외재단에 기증했다. <조현묘각운> 시판은 6월 개인사업가 김강원 씨의 기증으로 일본에서 돌아왔다. 독립운동가 송진우의 부친이자 담양학교 설립자인 송훈의 작품으로 후손이 번창하길 기원하는 시문이 적혀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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