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공무원들…'총독부 고시'를 여태껏 써왔다고?

입력 2024-08-14 17:27   수정 2024-08-22 16:25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 변경 때 ‘총독부 고시’라는 용어를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방 후 80년이 지났음에도 행정기관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관행처럼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해당 용어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도시계획 결정 절차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총독부 고시 명칭 청산 작업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해방 이후 80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런 용어를 사용하냐는 민원이 있었다”며 “국가 정체성 보호 차원에서 이 명칭을 쓰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국 지자체는 도시계획 고시를 올릴 때 별도로 법을 고칠 필요 없이 총독부 고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관행으로 쓰고 있다. 시는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대체할 용어를 찾고 법령 개정을 하는 등 정비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설치된 조선총독부는 국내 도시계획 규제를 목표로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을 제정하고 도시 계획·승인·폐지 등을 총독부 고시로 단독 결정했다. 이후 조선시가지계획령은 1960년대 도시계획법, 건축법, 도로법 등의 제정과 더불어 1962년 폐지됐다. 하지만 총독부 고시 용어는 법의 사각지대에 남아 별다른 조처 없이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총독부 고시로 첫 용도를 결정한 후 다른 고시에 의한 변경이 없었던 시설·지역은 최초 결정일을 적을 때 총독부 고시 문구를 같이 기재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총독부 고시 문구 없이 시설·구역 용도의 ‘최초 결정 날짜’만 표기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군관리계획수립 지침에 따른 최초 결정일만 명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조선총독부 고시로 용도를 최초 결정한 시설은 구도심 위주의 도시계획시설 472곳, 도로 259곳, 광장 22곳, 공원 109곳, 운동장 1곳 등이 있다.

시는 국토부와 협의해 향후 법령을 개정하고 전국적으로 총독부 고시 용어 사용 중단을 추진할 방침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이번 변화를 시작으로 행정 절차 곳곳에 남은 일제강점기 잔재를 바로잡겠다”며 “구체적인 명칭 변경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아래 논의해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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