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격 인하 숙제 받아든 식품사들

입력 2024-08-14 17:54   수정 2024-08-15 00:33

요즘 대형마트에선 치킨 코너가 유독 붐빈다. 고물가 속 ‘가성비’ 치킨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평일·휴일 가리지 않고 줄을 선다. 이마트의 ‘어메이징 완벽치킨’은 6480원,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6990원이다. BBQ bhc 교촌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배달·주문할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초저가다.

‘6000원대 치킨’은 e커머스와 경쟁하는 마트가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내려는 고육책이다. 2년여 전 당당치킨을 먼저 내놓은 홈플러스는 누적으로 1000만 팩을 팔았다. 집객 효과가 크다고 한다. 업계 1위 이마트가 치밀한 준비 끝에 최근 낮은 가격으로 맞불을 놓은 이유다. 마트의 초저가 치킨 경쟁을 바라보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통큰치킨 때와 다른 분위기
그런데 이상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가맹점주도 반발하거나 조직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14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롯데마트가 2010년 12월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훨씬 많은 양을 통에 담아 5000원에 출시하자 치킨업계가 들고일어났다. 유력 정치인까지 가세해 “대기업이 치킨까지 싸게 팔면서 영세 상인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부의 압박도 컸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롯데마트는 출시 13일 만에 결국 판매를 접었다. 싼 치킨에 열광했던 소비자 편익은 그렇게 무시됐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의 소비자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e커머스와 배달앱 사용의 보편화·일상화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6000원 치킨을 사러 마트에 가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e커머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라면 ‘작은 결심’이 필요하다. 매장 내 쇼핑과 별개로 이동과 주차 등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런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기 싫은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프랜차이즈 치킨을 주문해 편하게 즐긴다. 6000원짜리 치킨 경쟁에도 프랜차이즈 업계가 과거와 달리 조용한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통큰치킨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SNS가 성토의 장으로 변할 게 뻔하다. 섣불리 시장의 가격 경쟁에 개입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시장과 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대형마트가 자유롭게 치킨값을 책정하기까지 14년이 걸린 셈인데, 식품 기업들은 예외인 모양이다. 정부의 가격 개입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원가와 경쟁 환경이 고려돼야 할 가격 조정은 사실상 농림축산식품부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가 안정을 앞세운 인하 압박은 더 거세다. 농식품부 담당 국장은 이달 초 국내 11개 대형 식품사 임원들을 소집했다. 농식품부 장관이 6개사 대표를 만난 지 1주일 만이었다. 그 자리에서 “이달 말까지 기업별로 1~2개 제품의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협력하는 기업을 도울 방법도 찾아보겠다고 했다.

물가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다고 가격 정책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건 지나치다. 시장과 소비자 선택에 맡기고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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