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장, 송도서 통제…기술을 잇는 'DX 축지법'

입력 2024-08-15 18:36   수정 2024-08-16 01:15



스마트폰과 차량용 카메라 모듈 전문기업 엠씨넥스는 지난해 1월 제조실행시스템(MES)을 고도화했다. 담당자들이 엑셀 작업으로 관리하던 재고, 출하량 정보와 CSV 파일로 저장하던 설비 데이터 등을 새로운 MES로 편입해 통합관리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만난 엠씨넥스 전산팀의 한 직원은 “이전에는 고객사가 제품 히스토리를 요구하면 담당자가 수많은 파일을 뒤져 대응하느라 2~3일 걸렸는데 지금은 한눈에 파악해 처리할 수 있다”며 “부품에서 이상 징후 등이 나타날 때도 MES를 통해 생산 시스템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제품 생산기지인 베트남 닌빈 공장에서도 동일한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업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돼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엠씨넥스는 MES와 더불어 데이터와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의 연동 수준을 높였다. 재고, 회계 등의 데이터 추적 관리가 훨씬 쉽게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 시스템은 인천 송도 본사와 베트남 닌빈에 있는 엠씨넥스 생산 공장과도 연동돼 있다. 생산, 수출, 재고 등의 현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이승오 엠씨넥스 경영지원본부장은 “담당자의 파일 단위로 존재하던 데이터를 시스템 안에서 통합해 관리하면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모든 생산 활동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약 30억원의 재무성과 개선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관리 시스템의 디지털전환(DX)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엠씨넥스는 생산기지인 베트남 공장의 제조 공정에서도 DX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있던 생산기지를 2013년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DX라는 용어가 알려지지도 않은 때였지만 주요 거래처인 글로벌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반의 첨단 공장을 지어야 했다”며 “도면을 20차례 수정하면서 혁신 설비를 구축했고, 지금도 꾸준히 공정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엔 6개 공정으로 이뤄진 카메라 모듈 공정을 자동화 공정으로 연동해 작업 인력을 대폭 줄였다. 베트남법인 관계자는 “각 공정이 끝나면 작업자가 다음 공정으로 부품이나 제품을 옮겨야 했는데 자동화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이후 필요 인력이 6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로봇 중심의 다품종 소량 생산
12만5400㎡ 규모 닌빈 공장에서 주력 제품인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공정의 핵심 설비는 로봇이다. 로봇이 최적의 조립 시간을 계산해 스스로 전장 카메라의 주요 구성품인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결합한다. 부품들을 단단히 고정한 뒤 접착제(에폭시)를 도포해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도 로봇 몫이다. 베트남법인 공장장은 “과거 중국 공장에선 모든 공정을 사람이 도맡다 보니 숙련도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는 문제를 겪었다”며 “베트남에 첨단 공장이 지어진 이후 로봇을 통해 균일한 품질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닌빈 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도 특화돼 있다. 생산하려는 제품에 따라 작업자가 자동화 로봇 각각의 명령값을 바꾸면 된다. 이 같은 공정을 활용해 닌빈 공장에선 820여 종에 달하는 차량용 전장 카메라를 생산한다. 카메라 모듈과 구동계 등 주력 제품까지 합하면 월평균 5250만 개의 제품을 제조한다.

작업자가 카메라 모듈 완성품을 일일이 검사 장비에 얹어서 하던 검사도 지금은 로봇이 해치운다. 이를 통해 검사 인력의 85%를줄였다. 민 대표는 “베트남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제조와 기술, 품질 등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인력을 이전보다 500명 줄였다”며 “불량률 감소로도 이어져 재무적으로 약 330억원의 경영성과를 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기업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선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제조업도 DX를 해야 한다”며 “DX는 제조 시스템과 관리 시스템 효율화로 이어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차량용 카메라 첫 국산화
현대전자 통신사업부 출신인 민 대표가 2004년 설립한 엠씨넥스는 스마트폰 카메라, 생체인식 모듈, 차량용 카메라, 자율주행 시스템 등을 만드는 회사다. 휴대폰 카메라는 2004년, 차량용 카메라는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지난해엔 국내 첫 레벨3 자율주행차(조건부 자율주행)인 기아 EV9 GT 라인에 차량용 센싱 카메라를 공급했다. 차량용 카메라 부문에선 글로벌 점유율 5위에 올라 있으며 지난해 매출 9325억원을 기록했다.

민 대표는 “차량에 들어가는 카메라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글로벌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차량용 카메라 부문에서 매출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소속 기업으로 이뤄진 글로벌선도기업협회장을 지낸 그는 “DX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원종환 기자/이정선 중기선임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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