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배터리의 순간·미세 단락(양극과 음극의 접촉) 등 배터리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이를 차주와 제조사에 즉시 통보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을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신형 전기차에 적용한다고 15일 발표했다. 기존 전기차에 대해선 연말까지 BMS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신형 BMS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 이상 사전 알림 기능이다. 과충전이나 미세 단락(분리막 손상 등으로 양극과 음극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 등 배터리 화재 가능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미리 감지해 차주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려준다. 이상 징후라고 판단된 정보는 동시에 현대차·기아의 원격지원센터로도 전송된다. 이상 여부 진단은 BMS를 통해 이뤄진다.
현대차·기아의 BMS가 현재 모니터링하는 항목은 배터리의 △전압편차 △절연저항 △전류 및 전압 변화 △온도 △과전압 및 저전압 등으로 사실상 배터리 충전과 방전에 관한 모든 정보다. 현대차·기아는 BMS에 순간·미세 단락을 수일 전에 감지하는 기능을 추가해 모든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과충전은 전기차 화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충전이 완료된 상황에서 계속 충전이 이뤄지면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따라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90% 이상 충전 금지’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화재는 외부 충격에 의한 미세 단락이 장시간 방치됐기 때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재 BMS 기술로도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신형 기술을 적용하면 단락 현상으로 인한 배터리 화재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형 BMS 기술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셀 제조사 간 원인 공방이 벌어지곤 했다”며 “현대차·기아가 BMS 기술로 전기차 화재를 봉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BMS 기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BMS를 통해 배터리의 모든 정보를 자사 클라우드에 모은 뒤 AI로 분석해 안전을 관리하는 ‘온보드-클라우드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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