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집 낸 '마당발' 시인 이소연 “사람은 참 오묘하죠”

입력 2024-09-05 11:35   수정 2024-09-10 13:55



세 번째 시집 <콜리플라워>를 낸 이소연 시인(사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진 감정을 시집에 담았다”고 했다. 그는 2014년 한경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20년 첫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를, 2022년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을 냈다.

“첫 시집은 페미니즘 색채가 강했어요. 아주 강하고 직선적이었고, 약간 분노에 차 있었어요. 거기서 벗어나는 단계에서 두 번째 시집이 나왔고, 이번 세 번째 시집에선 알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 같아요.”

시인은 많은 일을 겪었다. 갑상샘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고, 초등학생이던 아이는 중학생이 됐다. 세상은 좋으면서도 불합리했다. 그런 가운데 시인이 포착한 것은 사람이었다. 이건 아닌데 싶은 사람도 있었지만,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단다. 그렇게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거기서 시가 나왔다. 시집 말미에 실은 ‘시인의 말’에서 그는 “나를 가족을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삶 그런 게 시인가 한다”고 했다.

이 시인은 마당발이다. 두루두루 아는 사람이 많다.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도심시)’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전북 고창에서 쌀농사 짓는 농부 친구를 사귀어 <고라니라니>라는 에세이를 같이 쓰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 신기하고 오묘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면 충격을 먼저 받아요. 다른 세계를 만나야 하니까요. 그 충격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데,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리 인생을 살아도 끝이 없다는 거죠.”



요즘 시집은 어렵다는데, <콜리플라워>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우리 집 수건’이란 시는 말 그대로 수건을 갖고 시를 썼다. “수건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침의 얼굴이 있는가/ 저녁의 육체가 있는가”라고 하다가 “내가 발을 닦은 수건으로/ 남편이 얼굴을 닦는다”고 하는 시다.

‘콜리플라워’는 “콜리플라워가 암에 좋다니까 사 오긴 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로 시작해 “엄마가 동영상을 보냈다/ 나의 여인이 어쩌고저쩌고하는 트로트 음악이 깔리고/ 꽃을 찍은 사진 위에 수놓은 건강 상식/ 첫 페이지는 오이와 양파를 꼭 먹으라는”으로 이어진다.

이 시인은 “암에 걸렸을 때 콜리플라워가 몸에 좋다고 사 왔던 이야기, 엄마가 건강에 좋다는 동영상을 보내와 울면서 끝까지 영상을 봤던 이야기 등을 담은 시”라고 했다.

시인은 서울 도봉구에서 13년 살고 있다. ‘죽도록 중랑천’ 같은 시가 실린 이유다. “죽도록 미워하려고/ 중랑천 끝까지 걸어가는 동안/ 죽도로 사랑하고픈 마음이 생기고 난리다”라고 하는 시다. 시집 곳곳에 그런 애정이 묻어난다. 그는 “사람도 눈앞에 있는 사람이 가장 좋다”며 “장소도 지금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했다.

이 시인은 생각이 떠오르면 한 번에 시를 쓰지만, 퇴고의 시간이 굉장히 길다고 했다. 시집에 실린 ‘돌려세우기’는 원래는 긴 시였다. 퇴고를 거쳐 5연 10행으로 줄었다. 처음엔 공작새가 등장했다. 꼬리가 아름다운 새가 지붕 위에 앉아 꽁지깃을 부채처럼 펼치니 하늘이 찢어져 노을이 졌다는 내용이었다. 잘 와닿지 않아, 1년을 더 생각했다. 그 결과 공작새란 말은 사라지고 ‘저녁을 담아놓은 자루 같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올해 등단 10년을 맞은 그는 “시인이라는 직업이 더 간절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너무나 의미 있고, 나를 살게 하는 직업”이란다. “시 쓰는 일은 일상생활 속에서 아껴야 할 보석 같은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는 내 존재가 잊힐 것 같다”고 했다.

다음 책은 청소년 시집이다. 시인의 청소년기 이야기가 담긴 시집이다. 그는 “돌아보면 힘든 일도 분명 있었지만, 그때는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던 명랑하고 어둠이 없던 시절”이라고 했다. “무궁하고 천진한 힘이 청소년기에는 있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때를 생각하며 쓸 생각이에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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