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4년 만에 다목적댐 건설을 시작한다. 근래 극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진 것에 대응해 강물 저장소를 대거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 중단 선언을 윤석열 정부가 6년 만에 철회하고, 국가 주도의 치수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주목되는 것은 발표자가 환경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통상 환경부는 댐 건설에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건설의 전면에 나섰다. 홍수조절과 용수 공급 등 두 가지 이상의 기능과 목표를 지닌 다목적댐은 경제발전과 시민 생활에 필수지만 환경보호를 내세운 반대도 만만찮다. 환경보호를 내세우는 사회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댐 대량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내세운다. 한동안 건설이 중단된 댐 건설과 이에 대해 ‘토건 산업 살리기’라고 비판하는 반대론, 어떻게 볼 것인가.
홍수와 가뭄·한발이라는 자연재해는 불규칙하게 되풀이된다. 인간의 기상예보 능력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어 당장 한 해 뒤도 내다볼 수 없다. 홍수에 대응하고 가뭄에 대비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효율적이고 안전한 댐 건설이다. 서울과 인근 수도권에 2500만 명 이상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넘게 살면서도 방대한 생활용수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것은 한강이라는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여러 개 다목적댐 덕이다. 북한강계의 소양강·화천·청평·의암, 남한상 상류의 충주댐, 두물머리의 팔당댐이 수도권의 공업 및 근교 농업까지 가능케 해주고 있다. 아울러 한강에서 큰 홍수가 사실상 사라진 것도 이들 다목적댐들 덕이다.
하지만 지역으로 가면 아직 물 부족과 물난리(홍수)를 반복하는 곳이 많다. 수량이 늘어나는 집중 우기의 강물을 가두고 부족할 때 흘려 산업 활동과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함께 수행하도록 더 많은 댐을 필요한 곳에 속속 만들어야 한다. 환경 훼손을 언급하지만 댐을 만들어 대형 호수가 생기면 그에 맞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된다. 호우 피해로 최근 3년간의 피해만 1조6000억원을 웃돈다. 댐 건설에 몇 년씩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늦었다. 건설에 속도를 내고 더 많이 세워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댐을 만들지만, 자연에 대한 너무도 큰 변형이다. 물길 흐름을 막아 초대형 호수를 만들고, 강의 본래 모습을 변형하고, 보를 만들면 물 흐름에 지장을 준다. 우선은 물을 더 많이 활용하면서 편리성을 높일 수 있으나 더 큰 재앙, 장기적 안목에서 더 큰 부작용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거대한 문제점은 단기적 안목으로 확인할 수도 없고, 현재의 인류 기술로는 측정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환경 파괴로 인한 대재앙은 파급 정도가 크고 다음 세대로 길게 미칠 수 있다.
물이 부족하다면 산업과 생활용수를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 물을 물 쓰듯 하는 습성이 더 큰 문제다. 홍수 관리도 기존의 강둑 보강이나 이미 만든 댐의 높이를 재조정하는 등 보완책이 먼저다. 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의 주택이나 공장을 안전지대로 옮기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그런 뒤에도 꼭 필요한 댐이라면 제대로 된 종합 환경평가를 거치고 전문가의 동의를 받아 순차적으로 하나씩 건설하는 게 맞다. 한꺼번에 동시다발로 댐을 만들면 토건 건설 사업체 지원을 위한 정책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알맞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에 건설된 보의 존폐 문제로 얼마나 많은 논란이 계속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