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언어감수성을 발휘하면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

입력 2024-08-19 10:00   수정 2024-08-19 15:39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한다.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때 나는 얼마나 신중할까. 행여 내 말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건 아닐까. 이는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의 저자 신지영 교수는 사람들이 “피부 좋으시네요” “동안이세요” 같은 인사를 주고받을 때 피부처럼 언어도 예민하게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언어감수성’을 떠올렸다. 신지영 교수가 오랜 기간 책을 출간하고 언론 인터뷰, 대중 강연, 방송 출연, 팟캐스트 진행 등을 하며 언어감수성을 강조하자 어느덧 많은 사람이 말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정제하게 되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직 중인 신지영 교수는 ‘언어감수성 전파’의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다양한 상을 받았으며 국립국어원 국어규범정비위원회 위원, 옥스퍼드영어사전 자문위원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간 <언어의 줄다리기>, <언어의 높이뛰기>에서 언어를 밀도 있게 분석한 저자는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을 통해 우리의 언어생활을 하나하나 되짚어볼 장을 마련했다. ‘관계는 말에서 비롯된다’ ‘언어에도 감촉이 있다’ ‘타인을 부를 때 생각해야 하는 것들’ ‘대화가 필요한 당신에게’ 등 10개 장으로 나누어 실생활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언어생활을 촘촘히 배열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언어감수성은 대체 왜 필요한 걸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생각을 말로 전할 때는 토해놓기 바쁘지만, 들을 때는 여유가 있어 상대가 실수하거나 부주의한 점이 거슬리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 즉 말할 때는 민감도가 발휘되기 쉽지 않지만 들을 때는 높은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누구나 말을 하기도, 듣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말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말로 유지한다. 관계를 맺을 때와 유지할 때 말은 필수적이다. 행복이란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즐겁게 지내는 것인데, 그 관계는 말로 시작되고 유지된다”라며 언어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할 때 관계를 끌어당기고 강도를 높이는 ‘자석이 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상대를 밀어내고 튕겨버리는 ‘용수철이 되는 말’도 있다. 저자는 화자일 때는 말을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갖고, 청자일 때는 말을 하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면 ‘자석이 되는 말’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요즘 직장에서 ‘3요’ 때문에 긴장하는 상급자가 많다고 한다. 신입 사원에게 지시를 내리면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대꾸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입 사원들에게 “상급자는 친구가 아니다. 친구와 다툴 때 사용하는 말투로 상급자에게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상급자에게는 “업무 파악이 안 된 신입 사원에게는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왜 그걸 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방통행 대화는 부적절
세상에는 가까워지기 힘든 관계가 있다. 그럴수록 더 언어감수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권력을 가진 쪽이 대개 대화를 독점한다. 한 시간 동안 혼자 떠드는 고위 공직자나 CEO 앞에 앉아 있는 건 정말 고역이다. 질문하지 않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떻게 교수와 대화할 것인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묘한 긴장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런가 하면 부모는 대화한다고 해도 자녀는 일방적으로 훈계를 듣는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1분 30초가 넘어가면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꼭 할 말이 있을 때는 미리 준비해서 90초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대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대화가 일방통행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한다.

나이를 먼저 파악해 호칭을 정하는 관습, 공손성을 이유로 ‘너’라는 2인칭 대명사 사용을 꺼리는 습성, 반말과 존댓말 등 한국인만의 대화 특성도 있어 대화할 때 언어민감성 발휘가 더욱 필요하다.

세세한 부분까지 조목조목 짚어낸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을 읽으면 언어감수성이 한층 높아져 ‘자석이 되는 말’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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