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영화, 드라마에 이어 웹툰이 한국 콘텐츠 수출의 중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난 14일 싱가포르 구글 아시아태평양(APAC)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현 구글 플랫폼 및 기기 정책 부문 디렉터는 “구글이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웹툰의 위상이 국내외 콘텐츠 시장에서 높아지면서 구글의 콘텐츠 플랫폼 전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는 의미다.
2013년 구글에 합류한 이 디렉터는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 등 플랫폼과 구글의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 및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정부든 기업이든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주체들이 이용자와 개발자·창작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구글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할 수 있을지 찾고 있다”고 했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한국 웹툰의 해외 시장 확대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해서 지원해왔다. 지난해 9월엔 한국웹툰산업협회와 협력해 공식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엔 ‘웹툰 산업의 날’을 공식 선포했다. 지난 13일엔 인도 벵갈루루에서 다국적 웹툰 플랫폼 기업 ‘대시툰’과 협력해 한국 웹툰의 인도 및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웹툰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콘텐츠 산업”이라며 “구글과 같이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길을 터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글이 ‘웹툰 올림피아드’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국 웹툰이 구글의 콘텐츠 플랫폼 전략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APAC 지역의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웹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2022년 기준 약 2억 명에서 2028년까지 2억65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디렉터는 “구글 내부에서도 웹툰 관련 수치의 성장세와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웹툰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에서 사용자와 개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 디렉터는 “중소형 개발자나 창작자들이 더 나은 수익 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유리한 수수료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에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는 개발자는 전체에 3%에 불과하다. 나머지 97%는 앱 유통과 관련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단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싱가포르=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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