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사그라들면서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왔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어치 넘는 현물을 대거 사들였다. 매수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됐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대두되며 증시 주도주 지위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무색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 의지가 확고한 만큼 AI와 반도체 사이클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주장과 “최근 AI주 상승세는 기계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반도체주도 반등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덕분이다. 삼성전자를 5200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39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3.89% 상승한 8만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8만전자’에 다시 올라섰다. SK하이닉스는 6.96% 오른 19만9700원에 마감했다. 한미반도체도 이날 7.76% 급등했다.
지난 5일 급락장 이후 삼성전자는 12.32%, SK하이닉스는 27.93% 상승했다. 주가가 급락장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75%, 15.30% 올랐다.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에 대해 ‘사자’로 돌아선 것은 경기 침체 우려를 걷어내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며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7월 소매판매(7097억달러)는 전월보다 1% 증가했고, 지난주(8월 4~10일) 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22만7000건)는 전주 대비 7000건 감소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AI산업은 미 빅테크의 투자 규모가 중요하다”며 “AI 테마주는 경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AI 관련주가 가격을 회복하자 “거품론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AI가 미래 주도산업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금을 줄이기 시작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아마존, 애플 등 주요 기업은 AI산업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빅테크의 올해 AI 관련 설비 투자는 2018년 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고용량 D램 수요 증가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 하반기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증가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영업이익을 27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황이 호황이던 2021년 하반기(29조7000억원) 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16조원)도 2018년 후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반도체주의 선전이 폭락 이후에 따라오는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가 상반기를 고점으로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운 만큼 주식시장도 구조적인 하락 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용택 연구위원은 “과도한 경기 침체 우려로 AI 관련 주가가 지나치게 빠진 후 정상적인 추세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심성미/조아라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