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빌린 집에서 빌린 가구와 제품으로 생활하는 것을 제 친구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 중인 27세 브리트니 카투치는 ‘렌털족’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3층짜리 타운하우스에 살지만 집 명의는 다른 사람으로 돼 있다. 집만 그런 게 아니다. 퀸사이즈 침대부터 식기, 전동 드릴까지 집 안에서 카투치 커플 소유인 것은 거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고물가가 몇 년째 계속되자 렌털로 비용 절감을 모색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투치 커플은 빌트인(내장형) 타운하우스에 매달 2200달러를 지불한다. 이 밖에 의류와 소품 렌털 등에도 각각 100달러 이상 쓴다.
금융사 크레디트카르마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자동차, 의류, 전자제품, 가구를 렌트 또는 임대한다’고 답했다. 대부분 생활비를 절약하려는 목적에서다. 렌털 서비스는 생활필수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술 전시품, 관 등도 자주 임대되는 품목이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 역시 렌털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리면 이삿짐 없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투치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할 때 이삿짐을 운반하는 데만 최소 5000달러가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치솟는 미국 주택시장이 주택 소유에 관한 젊은 미국인의 생각을 바꿔놨다”고 전했다. 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이던 부모 세대와 달리 많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는 일찌감치 임대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세대의 의식 구조 변화를 계기로 렌털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코트니 알레브 크레디트카르마 소비자금융 담당자는 “지난 10년 동안 상품과 서비스를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시장에 넘쳐나면서 렌털 경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