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입찰 특수성 입증…'담합 의혹' 판결 뒤집은 태평양

입력 2024-08-18 17:35   수정 2024-08-19 00:29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워 사업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재판에 넘겨진 SK디스커버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경쟁 관계 형성이 어려운 백신 입찰의 특수성을 체계적으로 입증해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 3부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 방해 혐의로 기소된 SK디스커버리 등 6개 제약·유통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입찰은 애초부터 ‘공정한 자유 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 형성’을 전제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피고인의 행위로 적정 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K디스커버리 등은 2016년 6월 조달청이 발주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다른 제약사들과 사전에 공모해 ‘들러리’로 세우는 등 낙찰가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1심 법원은 전부 유죄로 판단해 SK디스커버리에 벌금 3000만원, 다른 제약사들에 벌금 3000만~70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을 맡은 문정일(사법연수원 25기)·서경원(34기)·안준규(38기) 태평양 변호사 등은 사실상 업체 간 경쟁이 없는 입찰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집중했다. SK디스커버리가 글로벌 백신 제조사와 독점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유일하게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았다는 점, 새로운 경쟁 업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없었던 점, 정부도 입찰에 앞서 백신 공급의 독점적 특성을 고려해 수의계약 방식을 검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원고 회사들이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세운 것은 유찰을 피하려는 것일 뿐 계약 금액 등 다른 조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태평양 관계자는 “두 차례나 유찰된 입찰이 또다시 유찰되는 것을 막아 백신 공급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기여한 것”이라며 “정부는 제반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법원이 ‘경쟁제한 효과’를 부정한 것은 이례적 판결이란 평가를 받는다. 태평양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담합 행위와 관련된 당국 처분 취소 소송과 향후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3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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