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이행도 못 하는 방통위 불능, 누가 책임질 건가 [사설]

입력 2024-08-19 17:30   수정 2024-08-20 06:27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마비 상태가 길어지면서 그 후유증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야당의 방통위원장 릴레이 탄핵 또는 추진에 따른 결과다. 인공지능(AI) 시대 미래 기술 청사진 수립과 산업계의 AI 전환 지원 등 막중한 일을 해야 할 방통위가 불능 상태가 되면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주요 현안이 줄줄이 밀리는 갑갑한 상황이다.

인앱 결제 문제만 하더라도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정조치안을 발표해 놓고 10개월간 의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이 앱 마켓을 운영하며 소비자에게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를 차별 부과했다고 판단했지만 제재가 미뤄지는 통에 해외 빅테크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AI 부작용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 제정, AI 생성물 표시제 도입,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망 사용료 부과, TV·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아우르는 통합미디어법 제정, 단통법 폐지 대책 마련, 불법 스팸 문자 대응, ‘사이버 레커’ 대처 등 다급하지만 멈춰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급변하는 통신, 과학, 기술 환경에 발맞춰 법과 제도 정비를 해줘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방통위원장 탄핵 놀음과 방송 장악 청문회에 몰두하는 바람에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I산업 발전 지원 기본법,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 관련 법, 이공계 인력 육성을 위한 특별법, 유망 기술 지정 및 지원을 담은 생명공학 육성법, 양자과학 등 첨단 기술 사업의 빠른 추진을 위한 과학기술기본법 등 시급한 법안들이 뒷방 신세다. 주요국이 하나같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사안이다. 반면 우리는 야당이 친야 방송 하나 지키려고 국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 미래 경쟁력이 걸려 있는 현안들을 모조리 볼모로 잡고 있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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