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특히 집권당의 대표가 파이를 키우는 성장과 격차를 해소하는 분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장 없이 분배에 치우치거나, 분배는 등한시한 채 성장만 추구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격차 해소’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분배에 신경 쓰다 보면 대기업과 고소득층 등 상대적으로 더 가진 쪽의 몫을 덜 가진 쪽으로 옮기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그게 당장 표와 지지율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이전 자유보수 진영을 이끈 이명박(MB),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MB는 집권 초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중반인 2010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공정’으로 화두를 바꿨다. ‘공정 사회’ ‘공정 경쟁’ ‘공정 공동체’ 등이 새 키워드가 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생겨났으며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시작됐다. MB의 ‘공정’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로 수위가 높아졌다. 대기업의 지배력 집중 완화뿐 아니라 ‘1주 1표’가 원칙인 주식회사의 원리를 ‘1인 1표’로 바꿔 보려는 시도까지 진행됐다. 전문가의 헌법 위반 소지 지적에도 일감몰아주기와 하도급 규제 강화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 7개 중 6개가 국회에서 통과됐다. 결과는 기업 활동 위축과 소비자 편익 감소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한 대표는 총선 참패 후 인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생계급여 가구 확대 및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료 감면 추진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면엔 재정과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가 있다는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큰 정부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자유는 곧바로 질식되고 경제 활력도 저하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는 평등보다 자유가 우선이었던 사회가 번성했음을 기록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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