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시장 놓치면 '항공유 수출 1위' 흔들

입력 2024-08-19 17:51   수정 2024-08-20 02:09

한국은 세계에서 항공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중동에서 들여온 원유를 싸게 잘 정제하기 때문이다. 2022년 수출액(14조8270억원)은 휴대폰(10조2860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미래의 항공유’로 불리는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놓고 보면 젬병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 323개나 있는 SAF 생산시설이 한국엔 하나도 없다.

정부가 오는 30일 ‘SAF 확산 전략’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비용이 많이 든다고 SAF를 외면하면 미래 항공유 시장을 해외 정유업체에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SAF는 가야 할 길”
19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SAF 수요는 4000억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간 항공유 수요(3500억~4000억t)와 비슷한 수준이다.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미래에는 항공유 대부분이 SAF로 대체된다는 의미다. 폐식용유와 팜유, 바이오디젤, 폐목재 등을 사용하는 SAF는 일반 항공유에 비해 탄소를 80%가량 적게 배출한다.

이런 장점 덕분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SAF 의무 사용을 요구하는 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유 수입국인 미국은 2050년까지 일반 항공유를 100% SAF로 대체하기로 했다. 유럽은 내년 2%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모든 항공유의 70% 이상을 SAF로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글로벌 정유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L당 440~615원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도 기업의 SAF 생산설비 투자에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조성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10년간 L당 270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유럽연합(EU) 규정에 발맞춰 10년 이상의 장기 보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 지원 없어
한국은 아무런 지원이 없다. 정유사에 주는 설비투자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는 물론 항공사에도 별다른 인센티브를 안 준다. 업계에선 SAF 전용 생산시설을 세우려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50만t의 원료를 처리하는 전용 설비 하나를 만들려면 약 1조원의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산 비용도 만만찮다. 등유보다 2~5배 더 든다.

정부는 일단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에 SAF 급유 시설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부터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규제도 풀어주기로 했다. 정유사들은 SAF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다. SK에너지는 기존 항공유 생산시설을 변경하는 시설 변경 투자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SAF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이와 별도로 SAF 전용 생산시설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수요 창출은 항공사가 맡는다. 대한항공은 일본 도쿄 등 근거리 노선부터 SAF를 도입하기로 했다. SAF 사용 비율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긴다. 의무비율은 업계의 향후 실제 생산능력 등을 반영해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가 요구해온 SAF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투자금의 15%)는 대책에 담기지 않아 ‘반쪽 지원’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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