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누적 적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인천에 있는 인하대로 124억7800만원에 달했다. 서울시립대 112억5500만원, 부산대 88억9900만원, 강원대 87억8100만원, 제주대 79억5300만원 등 지방과 서울을 가리지 않았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10개 로스쿨 가운데 서울대와 연세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적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실제 적자 규모는 교직원 임금, 컴퓨터 기반 변호사 시험(CBT) 도입 비용, 운영 유지비 등을 합산하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원이 50명 안팎인 로스쿨은 대학 위상과 명예를 위해 적자를 떠안고 로스쿨을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방 변호사 시장 위축이 지방 로스쿨생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서울과 동반 증가세를 보이던 지방 변호사 수는 올해 처음 감소세로 전환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3년 4058명이던 지방 변호사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440명으로 2배 넘게 늘었지만 이달 기준 7274명으로 13.8% 줄었다.
이는 법률시장의 대형로펌 독점 현상과 맞물려 있다. 변호사 시장 규모는 로스쿨 도입 후 두 배 이상인 8조원대로 커졌는데 국내 6대 로펌이 전체 법률시장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로펌은 주로 SKY 로스쿨 출신을 선호한다. 본지 전수 조사 결과 지난해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6대 로펌 신임 변호사 257명 중 196명(76.3%)이 SKY 로스쿨 출신이었다.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10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 52명, 고려대 43명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정원 확대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017년까지 치러진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도 국내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했지만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2012년 기준 시험에 합격한 외국인은 3명이며 올해는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다. 한 수도권 로스쿨 교수는 “대부분 학교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 교수들에게 학부 수업까지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교원이 증가하는 만큼 학생도 유연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로펌업계 양극화가 굳어진 상황에서 지방 로스쿨 정원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 의문을 제기했다.
권용훈/이혜인 기자/사진=임대철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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