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대출 금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본격화한 지난달 이후 일제히 올랐다. 신한은행은 고정금리형(5년)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를 지난달 1일 연 3.43%에서 이날 연 3.95%로 0.52%포인트 단계적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연 3.35%에서 연 3.5%로 0.15%포인트 높였다. 농협은행(연 3.52%→3.61%)과 국민은행(연 3.45%→3.52%), 하나은행(연 3.51%→3.57%)도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1월 모바일 앱으로 여러 은행의 주담대를 비교하고 즉시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대환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하고 기존 차주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실상은 딴판이 됐다. 당초 취지와 달리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으로 은행이 신규 대출 금리에 이어 갈아타기 금리도 인상하고 나서면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갈아타기 대출 금리를 높이지 않으면 기존에 비싸게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 일제히 낮은 금리의 대환대출로 넘어올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치 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내주는 대출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채권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평균 금리는 지난 14일 연 3.177%로, 7월 1일(연 3.49%) 대비 0.313%포인트 내렸다. 시장 원리를 따랐다면 지난달보다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를 오히려 0.3%포인트 안팎 낮출 수 있었다는 의미다.
조달 원가가 하락했는데도 은행들이 비대면 갈아타기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들이 각각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기로 대출이 넘어오면 당국의 눈총을 받게 된다”며 “갈아타기 금리도 신규 대출과 마찬가지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잠재적 차입자가 쏟아져 나오고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정부는 지난달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처럼 정부가 불과 반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주문을 내놓은 것을 두고 ‘관치 금리’를 일삼는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쟁 촉진을 이유로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를 도입한 1월도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했을 정도로 가계대출이 폭증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뒤늦은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은행들은 최근 하루가 멀다고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50일 동안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총 19회 올렸다. 하나은행은 오는 22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6%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신한은행은 21일 금리 변동 주기가 3년 이하인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0.05~0.1%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이날 주기형(5년) 주담대 금리를 0.14%포인트 인상했다.
이미 주택 매수심리가 살아난 상황에서 은행권의 자체적인 대출 금리 인상만으로는 가계대출 억제를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주택 매수를 결심한 개인이 금리가 0.5%포인트 올랐다고 매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작다”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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