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호화요트가 침몰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에는 '영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정보기술(IT) 기업가 마이크 린치(59) 전 오토노미 창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사(ANSA)·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께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인근 해역에서 승객 12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한 56m 길이의 호화요트가 침몰했다.
15명이 구조됐으나 1명이 숨지고 6명은 실종 상태다. 사망자는 선상 요리사인 리카르도 토마스로 파악됐다.
영국인 4명과 미국인 2명 등 총 6명이 실종된 가운데 그중에는 마이크 린치 전 오토노미 창업자와 그의 딸 해나(18)가 포함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린치는 1996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창업, 대형 상장기업으로 키워내 '영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린치의 아내 안젤라 바카레스는 구조됐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포르티첼로 연안에는 폭풍우가 몰아닥쳤다. 목격자들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요트의 돛대가 부러졌고, 배가 기울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진술했다.
팔레르모의 해안 경비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바람이 매우 강했다. 악천후는 예상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부근에 있다가 구조 활동에 나선 배의 선장 카스텐 보너는 "폭풍이 지나간 뒤 바로 뒤에 있던 요트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며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주간 지중해의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학자 루카 메르칼리는 "시칠리아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30도로 평상시보다 거의 3도나 높았다"며 "이는 엄청난 에너지원을 만들어내 강력한 폭풍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요트에 대해 안사통신은 영국 국기를 단 바이에시호로 린치 회사의 직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 역시 린치가 직장 동료를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생존자 가족의 말을 인용해 린치의 무죄 판결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으로 법률회사 인사들이 초대됐다고 전했다.
앞서 린치는 2011년 오토노미가 미국 HP(휴렛팩커드)에 11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오토노미의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국에서 금융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약 1년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받다가 올해 6월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항만 당국은 구조된 선장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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