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공들인 중국에서 또 당했다"…900억 물린 회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08-21 13:46   수정 2024-08-22 10:37

이 기사는 08월 21일 13: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94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4명을 중국에 전격 파견한다. 이들은 두 달 동안 중국 20개 도시를 누볐다. 중국 여성들에게 화장법과 함께 태평양 제품을 소개하면서 회사 이름을 알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들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상황은 급반전했다. 중국 사업이 쪼그라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1300억원을 투자한 홍콩 면세점 상장사인 '중국중면(中國中免·CTG)'에서도 쓴맛을 봤다. 중국중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900억원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6월 말 중국중면 주식 496만8200주(지분 0.2%)를 보유 중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2년 9월에 중국중면 주식 135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중국중면 주식 가치는 423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반 동안 평가손실이 933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중국중면 주식 보유 가치가 투자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중국중면은 세계 최대 면세점 운영 업체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의 모회사다. 이 회사는 2022년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코너스톤 투자자로 유치했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장기 보유를 약속한 기관투자가에게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제도다. 2007년에 홍콩 증시에 도입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투자는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됐다. 이 회사는 사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매력이 높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 같은 투자에 나섰다.

중국중면 주가는 상장 직후에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 회사 주식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몰렸다. 중학개미(중국에 투자하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도 적잖게 매입한 종목이었다. 하지만 중국 소비가 침체를 보이면서 회사 주가는 큰 폭 내림세를 이어갔다. 상장 직후인 2022년 8월 130홍콩달러(약 2만22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 이달에는 40홍콩달러대(약 68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사업에서 부진을 겪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 주식 투자에서도 쓴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9.46% 줄어든 42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694억원)에 비해 94.02% 적은 금액이다. 이 같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의 배경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중화권 매출은 107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934억원) 대비 44.3% 감소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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