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이혼 요구하다 정신병원 갇혀…막을 방법 없었다" [법알못]

입력 2024-08-21 21:44   수정 2024-08-21 22:13


지난해 12월 한 30대 여성이 양육 문제 등으로 다투던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가 정신병원에 두 달 넘게 강제로 입원당했던 사례가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법적 보호자들이 신청한 '보호 입원'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는 정신질환 병력도 없고, 육아휴직 전까지 10년 넘게 정상적으로 직장을 다녔다. 그는 입원 중 간신히 연락이 닿은 지인을 통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 질환자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보호 입원제'를 두고 법적 허점이 많아 불법 감금에 악용될 소지가 크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원이 입원 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제도는 악용 가능성 커"
보호 입원제는 보호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진단을 통해 중증 정신질환 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이때 정신과 전문의 1명 이상은 반드시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혹은 보건복지부 소속 전문의가 포함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전부터 보호 입원 제도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가족 간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제도가 불법 구금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자신이 소유한 땅을 팔아 수억 원의 수익을 낸 한 70대 여성이 아들과 딸이 돈을 노리고 자신을 강제 입원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아들은 A씨가 입원 중이던 때 현금 2억4500만원을 인출한 것이 확인됐다. A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3주 만에 정신병원을 나왔다.

이동찬 의료 전문 변호사는 "환자의 뜻을 보호자인 가족이 대리한다는 측면에서 보호 입원은 언제나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일례로 가족 10명 중 8명이 입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2명만 동의하면 심사 절차가 시작되고, 보호자와 병원 간 결탁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건강법 내 예외 규칙인 제43조 11항에 따른 악용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해당 조항은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전문의 2명 이상의 진단은 지역 의료 기관 또는 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이 있을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같은 의료 기관 전문의 2명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해진다. 같은 의료 기관에 속한 의사가 한 환자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이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의사 1명만의 진단으로 불법 입원이 가능한 셈이다. 국가입퇴원관리시스템(AMIS) 통계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보호 입원된 전체 환자(18만8907명) 중 같은 정신병원 전문의 2명의 진단을 받은 환자는 32.7%(6만1920명)에 달한다.

이 변호사는 "해당 예외 조항은 보호 입원 환자가 보다 더 장기적인 입원이 필요하단 추가 진단을 내릴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앞서 첫 입원 절차를 밟을 때 진단에 참여한 의사가 그대로 재심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불과 얼마 전 자신이 내린 진단을 뒤집을 의사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부연했다.
"법원이 '입원 여부' 판단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보호 입원제의 대안으로 '사법 입원제'도 강구되고 있다. 이는 가족이 아닌 법원이 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지난해 8월 법무부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제 입원 자체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인신 구속에 해당하는 만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사법부가 입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까지 지도록 한다.


이 변호사는 "정신 질환자의 입원 사유, 기간 등을 법원이 결정하면 환자 가족들의 부담도 줄이고, 악용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최소한 보호 입원이 장기화할 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보호자 양측의 주장을 법원이 듣고 판단하는 제도라도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현행 보호 입원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신병원 입원 치료는 어쩔 수 없는 일종의 감금이다. 인권적 측면을 더 고려한다면 반드시 법원이 아니더라도 준사법기관이 판단에 참여하는 입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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