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원, 양식업장 투입땐 불법…같은 업종 '비자 관할' 제각각

입력 2024-08-20 17:45   수정 2024-08-21 02:27


경남 통영에서 연근해 어업과 굴 양식업을 하는 C수산은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E-9)와 선원취업(E-10)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를 따로 고용한다. 금어기와 비수기에 선원취업 외국인 근로자를 양식장에 투입하면 필요한 일손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이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연근해 어업인데도 선원취업 외국인은 20t 이상 어선에만 태워야 하고 그 미만 어선엔 비숙련 근로자를 태워야 한다. C수산은 최근 수산물 가공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 했지만 이 계획도 포기했다. 수산물 가공 사업장에는 계절근로자(E-8)를 따로 고용해야 해서다.
같은 근로자 두고 담당 부처 제각각
C수산 사례는 현행 국내 외국인 근로자 대상 비자 제도가 얼마나 칸막이식으로 운용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계절근로, 비전문 인력, 선원취업 등 3개 비자의 담당 부처가 법무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로 다르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지난 6월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초기에 외국인 근로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희생자들 비자가 재외동포(F-4), 방문취업 동포(H-2), 결혼이민(F-6), 영주(F-5) 등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F 비자는 법무부, H 비자는 고용부가 따로 맡다 보니 혼선이 빚어졌다.

사후 관리 역시 제각각이다. 비숙련 인력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원취업은 수협중앙회가 담당한다. 농번기 동안 최장 8개월간 근무하는 계절근로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지역마다 다른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적절한 숫자의 근로자를 공급해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지만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지자체의 손발이 맞지 않는 사례가 자주 지적된다.

한국이 그동안 칸막이식으로 관리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를 단기적인 인력 공급 수단으로만 인식한 결과”라고 전문가(유희연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는 분석한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산업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외국인 근로자 관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일본, 대만,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도 한국과 비슷한 인력난을 겪으며 비자 장벽을 낮추는 등 외국인 인력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어 이런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무총리 통합 관리 체제 개편
정부도 외국인 근로자 관리 체계를 업종별로 재편성하고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장이 통합 관리하는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농축산업 관련 근로자(기존 E-8, E-9 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어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기존 E-8, E-9, E-10 비자)는 해양수산부, 제조·건설·서비스업 종사자(기존 E-9 비자)는 고용부와 관계부처가 맡는 방식이다.

담당 부처는 업종별로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고 인력 수요는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외국인 관련 정책의 심의는 총리가 위원장인 외국인·다문화 정책위원회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민간 업체가 어정쩡하게 개입해 과도한 수수료와 관리 부실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근로와 선원취업은 정식 민간 업체를 선정해 제도화할 방침이다. 민간에 일부 영역을 맡기는 제도를 정식 도입하면 외국인 돌봄 인력과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 분야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각 부처가 엇비슷한 제도를 재탕하고 있어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작년 말부터 이달까지 관련 부처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대책만 다섯 차례다. 다섯 건 모두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효/곽용희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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